최태원 회장 비난 악플러가 선량한 주부?···이상한 기자회견

최 회장 비난 악플만 수천개

아이디 바꿔가며 비난하기도

법원도 강력 판결로 악플 근절 추세

전문가 “중범죄 공감대 형성돼야”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일부일처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공동대표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관련해 허위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온 혐의로 고소된 일부 네티즌들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을 놓고 비난 여론이 나온다.

정당한 의사표현의 하나로 댓글은 얼마든지 허용하지만 악의적 댓글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범죄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도 악플러에 도를 넘는 악플러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한 판결을 내놓는 등 악플 근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명 일부일처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일지모)은 19일 최태원 회장에게 고소 당한 여성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 회장을 공개 비난했다.

이들은 대부분 4, 50대 가정주부들로서 최 회장의 불륜 행위에 울컥한 마음에 댓글을 달았다가 난생 처음 경찰서에 불려나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모씨는 “기사 내용에 최 회장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자신을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이 댓글을 단 사람들에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경우 SK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 피고소인들에 대한 변호는 국회의원 출신인 법무법인 넥스트의 강용석 변호사가 맡고 있다. 강 변호사는 악플러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지난 2015년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악플을 달았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 회장과 같이 악플로 고생을 했던 강 변호사가 악플러를 변호하는 상황이다.

일지모의 주장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최 회장 측으로 부터 고소당한 네티즌 상당수가 일반적 비난 수준을 넘어서는 악플을 달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고소 당한 네티즌 일부는 1년 동안 4000건이 넘는 악플을 달았다. 1년 동안 500건 이상의 악플을 단 네티즌도 20여명이 넘는다. 특히 일부는 여러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악플을 단 것은 물론 인터넷카페까지 만들어 악플을 조장하기도 했다. 순간의 일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역시 네티즌들의 범죄 행위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최근 사법부는 악플러에 대한 강력 판결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누구나 악플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악플 근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남긴 네티즌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징역 3년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구형량 보다 형량을 올린 것이다.

또 법원은 지난해 6월 방송인 허모씨가 여성배우를 성폭했다는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을 180여차례 올린 알플러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터무니 없는 악성 글을 작성한 정모씨에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등 악플에 대해 강력 처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 역시 연예인이던 일반인이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건 악플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악플은 순간적인 일탈행위가 아닌 우리 사회를 좀먹는 중대 범죄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지모가 악플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검찰이 기소까지 할 정도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자신들의 입장을 언론에 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