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 있다고 들어""곤혹스러운 상황 피하려다 끌려다녀""승마 지원은 진정성 가지고 진행된 것"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이 시작됐다. 5명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가운데 첫날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황 전 전무는 최씨에 대한 승마 지원 과정에서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서 막강한 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끌려다닌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더 큰 곤욕을 당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삼성그룹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피고인 신문에서 황 전 전무에게 ‘코어스포츠와의 계약 조건이나 선수선발 과정 등에서 결국은 최순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황 전 전무는 “결국은 최순실 배경 때문에 끌려가는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최씨를 설득해 지원 규모를 최씨의 요구보다 낮추고 다른 선수를 선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황 전 전무는 2015년 7월31일 독일로 첫 출장을 가게되면서 최씨에 대한 얘기를 박 전 사장에게 처음으로 듣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특검은 황 전 전무가 2015년 12월 독일에서 귀국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와 관련해 ‘언론 취재와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황 전 전무는 “박 전 전무가 제안한 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실제 시행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사준 말의 이름을 ‘살시도’에서 ‘살바토르’로 바꾼 경위에 대해서도 황 전 전무는 “최씨가 먼저 바꾸겠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정유라씨는 “엄마에게 살시도의 이름을 왜 바꾸냐고 물어보니 삼성 측에서 바꾸라고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또한 황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말 정씨가 타던 ‘비타나 V’와 ‘라우싱’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바꾼 이른바 ‘말세탁’에 대해서도 최씨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전무는 “당시 최씨에게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최씨가 완전히 나를 무시하는 분위기였다”며 “내 선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박 전 사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이 왜 그렇게 무리하게 거액을 들여 승마지원을 하려고 했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전무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를 맡아달라고 하고 승마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지원 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걸 이행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엮이긴 했지만 부탁받은 사항을 진정성을 갖고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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