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관계자 증인으로 출석···진술 번복 하기도승마지원 당사자인 정유라 깜짝 출석으로 눈길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신장섭 교수 주장 맞붙어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61)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을 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사실에 기재한 ‘뇌물공여’ 혐의를 밝히기 위해 특검은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마사회, 승마협회, 케이스포츠재단 등 관계자를 증인으로 세웠다.
◇잇따른 진술 번복···힘 빠진 특검=증인 신문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심 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특검은 크게 흔들렸다. 증인이 말한 내용이 아니라 특검이 불러준 내용에 동의한 것이라는 진술이 나오면서 특검의 끼워 맞추기 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찬형 전 비덱스포츠 직원,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자신이 직접 말한 내용이 아니라 검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내용이 조서에 기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진술과 다르게 작성된 부분이 있다고 폭로한 셈이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추측에 의한 진술을 강요받았다”며 “오늘 나온 것은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최순실 측근으로 꼽히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특검은 박 전 전무의 증언이 삼성의 대가성 승마지원의 핵심 증거로 꼽혔었다.
박 씨는 검찰수사에서 “최순실이 말의 소유권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을 보고 화가 나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라고 혼자 말하는 것을 독일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당시 ‘삼성’이라는 단어나 ‘합친다’는 단어는 없었다”며 “합병이란 단어도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다른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은 특검과 삼성 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무려 16시간 동안 진행됐다.
또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합병에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으며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가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는 진술을 해 청와대가 삼성 합병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특검의 힘을 뺐다.
◇승마 지원 특혜 의혹 정유라···‘깜짝’ 출석=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증인으로 깜짝 출석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재판 전날까지 불출석할 의사를 밝혔지만 재판 당일 입장을 바꿔 법정에 나타났다.
정 씨는 블라디미르 등 삼성이 지원한 말의 소유권은 삼성 측에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어머니가 개인적으로 사려면 비싸니 그냥 내 것처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비타나V’ ‘살시도’ ‘ 라우싱1233’ 등도 말의 소유권도 삼성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정 씨는 독일에 가게 된 것도 삼성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닌 당시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으로부터의 지원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뜻으로 진술했다.
정씨는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꾸게 된 것과 관련해 과거 ‘공주승마’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경험 때문에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바꾸게 됐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최순실 씨는 딸에게 삼성이 사준 말을 ‘내 것처럼 쓰면 된다’고 말한 것은 말의 소유권이 최 씨에게 있었다는 의미”라며 “말 세필을 교환하고 이름을 바꾸는 것 등도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삼성이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증인은 말 구입이나 용역 계약에 대한 서류를 본 적도 없고 어머니한테 들었다는 것이 전부”라며 “당장 검찰의 수사를 받는 증인이 특검의 의도에 따라 대답할 가능성도 있어서 증인의 진술은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상조 vs 신장섭···특검과 삼성 ‘장군멍군’=지난 14일과 17일 각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합병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등장한 김 거래위원장은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만큼 법정에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고 말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오고 갔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식회사의 경영과 합병‧분할, 주식 이동 등 적법성을 따질 때 감독 당국의 재량적 판단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보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지금의 지배구조는 완성되지 않았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승계구조가 이미 끝났다고 하는 건 우리 법 제도와 국제표준 변화 추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현재 구조가 유지되는 동안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후 4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장섭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윈-윈(win-win)’전략이었다며 김 위원장의 진술을 전면 반박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신 교수는 합병을 통해 경쟁력 제고 등을 달성하려 한 삼성 측과 합병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이익 실현에 성공한 투자자들 모두에게 옳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나쁜 것이었고,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에 찬성해 큰 손실을 끼쳤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면서 “합병은 당시 주주들에게 좋은 것이었고 공단에도 나쁘다고 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의 찬성은 합리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은 투자 수익률과 국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모두 투자했던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등 투자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반재벌 정서가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최순실 씨 사태 이후 합병 건이 정서때문에 논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재벌 비판의 전제는 재벌이 규범에서 이탈한 정상이 아닌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국제적으로 보면 재벌은 굉장히 보편적인 조직”이라면서 “재벌 문제에 보편성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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