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개혁’ 발언 두고 긴장 분위기 물씬
금융위원회는 2일 발표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금융규제 강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권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종구 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 주요 은행장들과 5개 금융협회장, 상호금융협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8.2 부동산 대책의 취지를 금융권 전반에 설명하고 금융규제 강화를 위한 금융권의 협조를 구하는 목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금융위원장 교체 이후 처음 열린 시중은행장과의 대면이라는 점을 볼 때 사실상 은행장과 금융위원장의 상견례나 마찬가지였다.
최 위원장과 은행장들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 4월 13일 ‘기업구조조정 방안 관련 간담회’ 이후 112일 만이다. 이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최 위원장은 똑같은 은행장의 신분으로 다른 은행장들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은행장들은 서로 가벼운 웃음과 함께 반갑게 담소를 나눴다. 은행장들은 최근 각자의 근황을 나누고 일자리 창출 계획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출범 영향,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 등을 이야기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기자들을 통해 “전당포식 은행 영업 행태를 고치겠다”던 최 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언급되자 은행장들은 일순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7월 26일 진행된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1990년대와 달리 최근 은행이 공급한 대출액의 절반 이상은 가계로 흘러갔다”면서 “은행 영업 행태가 이렇게 변한 것은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전당포식 영업 관행’은 반드시 고치겠다”고 일갈했다.
은행장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해외 은행들의 사례를 보며 많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고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복잡한 문제인 만큼 금융권 구성원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간담회 시작 예정 시간 10분 전인 오후 4시 20분 최종구 위원장이 등장하자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최 위원장과 은행장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 때의 분위기는 은행장 신분으로 손을 맞잡았던 112일 전의 기류와 조금 달랐다.
최 위원장은 미소를 띄우며 “잘 계셨느냐”는 인사와 함께 일일이 은행장들의 손을 잡았고 은행장들도 조금은 멋쩍게 웃으며 “금융위원장 취임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을 향한 작심발언이 연상되는 모양인지 과거처럼 파안대소하지는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은행 시스템 개혁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시중 자금의 가계대출 편중 현상은 보수적 은행 영업 관행 외에도 미래 성장동력 발굴 지연 등 국내 금융 시장의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긴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나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국내외 생산적 분야로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문은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보다는 문장의 날카로움이 조금 순화됐지만 속뜻은 여전히 은행 영업 시스템의 개혁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부동산 대책 설명회 성격이 짙었던 만큼 최 위원장은 발언의 대부분을 대출 규제 강화를 위한 금융권의 협조 당부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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