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수장이 해외서 원전 팔 수 있을까?원전 반대·찬성 대표 주자들 잡음 우려전현직 산업부 고위 관료들의 이상한 조합
이번 출장은 지난달 발표한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후속 조치에 따른 행보로 풀이됩니다. 당시 백 장관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국내산업 보완대책으로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 체코, 영국 등에 대해 정상회담, 장관급 양자 회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비행기에 오른 백 장관의 각오는 누구보다 비장합니다. 백 장관은 “원전 세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만큼 기대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의 수장이 원전을 팔겠다는 이 복잡한 상황에 대해 공직사회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산업부 직원들은 이들의 동행에 “탈원전 기조가 발목을 잡을지 걱정된다”, “세 사람 분야가 다른데···”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냅니다. 물론 “소명감을 가지고 가는 만큼 잘 해낼 것 같다”, “전문가 세 명이 모였는데 한뜻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 등 긍정적인 반응도 없는 건 아닙니다.
세 사람의 동반 출장은 처음부터 조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학계에서는 미생물학을 전공한 백 장관을 환경운동가로 보고 있습니다. 조 사장과 이 사장은 대표적인 원전전문가들입니다.
백 장관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부터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 정책 수립에 참여했습니다. 백 장관은 한양대 교수 시절부터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를 강조하면서 꾸준히 원전정책에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탈원전 기조를 내세운 백 장관이 외국으로 나가서 원전 세일즈를 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한 발 더 나가면 본인 양심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시쳇말로 영혼을 판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환경운동가가 국내서는 원전을 없애고 해외서는 원전을 판다는 걸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같이 동반한 사람들의 면면을 봐도 이들의 동행은 좀 껄그럽습니다.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의 경우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직후 간담회에서 한전은 해외 원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관섭 사장은 세계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원전 수출에 대한 자신감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기도 했다지요. 이 사장은 과거 세종시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코 원전 수주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탈핵 기조 속에서 이 사장은 현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 같네요.
이처럼 원전 수주를 위해 원전과 탈원전의 조합이라는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몇몇 산업부 직원들은 질문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잘 모르겠다.”, “제 분야가 아니여서···” 아무래도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장관과 모셨던 차관들이어서 말을 아끼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 세기로 유명한 차관 출신 에너지 공기업 수장과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교수 출신 산업부 장관의 기이한 동행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두 에너지 기업 수장들은 박근혜 정권 시절 사령탑에 앉은 만큼 조만간 운명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들에 대한 ‘위로 여행’이 아닐까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유럽으로 떠난 이들은 최고 전문가들끼리의 기가 막힌 시너지로 원전 수주에 성공해 귀국할지, 잡음만 일으킨 채 고개 숙여 돌아올지 관심이 갑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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