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게시판 100일 맞아 다양한 의견 올라와20만명 이상 추천받은 청원은 소년법 폐지 등 4건‘시한폭탄’ 부적절한 청원도 존재···역기능 우려
국민청원 게시판은 시끌벅적하다. 그만큼 국민들이 게시판을 많이 이용한다는 얘기다. 하루 500건이 넘는 게시판 내 청원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20분당 1건의 청원이 올라오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성화된 이유는 단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이다.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답하는 것은 ‘공식답변’임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에 답변하게 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11일 수석보좌관회의 때 “청와대나 각 부처가 성의 있게 답변하고 부처가 직권으로 처리할 사항에 대해서는 처리 후 알려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물 중 ‘20만명 이상 추천 받은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한다는 내부 지침을 정하게 됐다. 20만명의 추천을 넘긴 청원은 마감 후 30일 이내 관계자들이 답하게 됐다.
운영 100일을 맞이한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은 청원은 현재 4건이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조두순(성폭행범)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청원이 그렇다. 4건의 청원 중 현재 청와대가 공식답변한 청원은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2건이다. 2건의 청원은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답변자로 나섰다. 그는 소년법 폐지는 ‘예방과 교화의 중요함’을 전했고, 낙태죄 폐지는 ‘실태조사 공론화’ 입장임을 전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지 않은 추천 중 (정부의) 관련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식답변 준비를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제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며 “어떤 의견이든 참여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들에 대해서는 성의 있게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운영 100일을 맞이한 국민청원 게시판이 직접민주주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역기능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보회의 때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많이 접수됐다. 참여인원이 수십만명에 달하는 청원도 있고,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국민청원 게시판의 ‘활성화’··· 직접민주주의의 문 개방 = 100일을 맞이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중 하루 500건 이상 올라오는 청원은 ‘문재인정부가 직접민주주의의 문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국민들의 의견이 제도로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청원들은 정부 정책과 입법기능의 보완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1일 YTN 라디오 ‘신율의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청원을 하고 또 그 청원에 답변을 정부가 준비해서 내놓고. 브리핑이라든가 아니면 정책방향 같은 걸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오면서 했던 몇 가지 정책들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교수는 문재인정부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는 또 다른 예시로 ‘원전공론화’를 꺼냈다. 이택광 교수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그리고 전문가들과 정치가들, 정책입안자들이 나와서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방식. (이는)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현재 국민청원제와 맞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공론화란 특정 정책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공론으로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 국민청원 게시판의 ‘활성화’··· ‘민주주의 선진국’의 절차 =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민주주의 구상 일환인 국민청원 게시판 활성화는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이끄는 촉진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됨에 따라 획일적 사고와 국민의 침묵 등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민청원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국이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이 그렇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대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진행됐다. 다소 ‘농담’이 섞인 이 청원에는 일주일 사이 5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자 오바마 청원운동을 주도한 단체는 ‘유권자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제출하려 했다. 다만 무산됐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세력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온라인 청원에 1만명 이상 참여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이어 10만명이 넘는 청원은 의회가 논의한다. 영국은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되자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이 12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백악관발 청원사이트 ‘위더피플’이 큰 호응을 받았다. 청원 등록 30일 내 10만명 이상 참여하면 백악관이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 국민청원 게시판의 ‘활성화’··· 다수의 인상 찌푸리는 청원도 존재 =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정책제안을 넘어선, 사법부 및 입법부 영역에 포함된 청원과 갈등 조장 청원 등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제사 폐지’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부임’ 등이 그렇다. 그래선지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통령이 조선시대 왕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군대 위안부 재창설’ 청원은 다수 국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 청원에 속한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난 16일 이 같은 청원이 올라왔다. 군인이 2년간 무보수격으로 의무를 의행하기 때문에 군내 위안부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이 청원에 여론은 비난세례를 퍼부었다. ‘생존한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게 여론의 주된 비난이었다. 그래선지 이 청원은 다음날 오전 돌연 삭제됐다.
아울러 ‘여성징병의무화’ 및 ‘남성인공자궁이식’ 청원 등 ‘막무가내 식 청원’은 청와대 홈페이지를 갑론을박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이끌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등의 청원은 청와대 홈페이지를 ‘정치놀이터’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이끌어냈다. 이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순기능을 저해하는 행위다. 때문에 국민청원 게시판에 ‘비동의 기능 추가’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당분간 국민청원 게시판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서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수보회의 때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청원 치지와 의도에 대해 말씀하신대로 지금 문제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추진 방향성 등 큰틀에서 변경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dn111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