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지적 잦아1차 데드라인 임박했지만 특별한 움직임 없어지주사 전환·승계비용 부담···시나리오 제한적 연말 정기 임원인사 이후 구체화할 가능성 UP
우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배구조 개선 1차 데드라인이 임박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하면서 “연말까지 변화에 대한 시그널(신호)만 보여달라”며 강하게 압박해왔다.
지난 달 3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7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삼성과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등 10곳과 함께 순환출자를 보유한 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를 보유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부분은 간단하다.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조성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공정위원장 취임 직후 “순환출자가 지배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8월에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지배구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순환출자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며 재차 언급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다. 현재 김 위원장이 주문한 지배구조 전환 시나리오는 2가지 정도다.
우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오너일가가 보유한 현금 및 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부담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분할·합병해 지주사를 세우는 방안도 해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신설된 지주사에 현대글로비스 출자 또는 합병시 순환출자는 물론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자연스러운 경영 승계도 가능하다. 하지만 타 계열사 간 상호출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주주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때문에 현대차 측에서는 지배구조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함구에 부치고 있다. 지난 달 2일 김 위원장과 5대그룹 간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질문에 별다른 반응없이 자리를 뜬 것도 이 같은 고민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달 중 발표될 연말 정기인사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 민감한 사안이 적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현재의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큰 틀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이 정해진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섣불리 움직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말 임원인사 이후 조직개편 및 오너 일가의 지분 조정 등이 마무리된 이후에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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