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수 사장 취임 후 건전성 악화산은, 증자 대가로 고통분담 강요15일 이사회 유상증자 방안 논의
230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내고 지점을 절반으로 줄이는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산업은행의 태도에 직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30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를 통해 KDB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옛 금호생명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6월 사명을 KDB생명으로 변경했다.
KDB생명은 지난 9월 말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이 116.2%로 떨어져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KDB생명의 RBC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기 시작은 것은 안양수 현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안 사장은 2013년 3월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부임한 뒤 2015년 3월부터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안 사장 취임 전인 2014년 12월 208.4%였던 RBC비율은 2015년 12월 178.5%, 2016년 12월 125.7%로 매년 하락했다.
KDB생명의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도 안 사장의 취임 2년차부터다. 남은 돈이 없으니, 쌓아둘 돈이 있을 리 없다.
KDB생명의 순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14년 655억원에서 2015년 274억원으로 감소했고 2016년 102억원, 올해 1~3분기(1~9월) 2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이 적자폭은 커지고 재무건전성은 악화된 지난 3년간 KDB생명 경영의 중심에는 산업은행이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이 있었다. 안 사장은 산업은행에서 주로 구조조정과 투자금융 관련 업무를 맡아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 사장이 사장이 되기 전인 2012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삼성생명 전무, 동부생명 사장을 역임한 조재홍 전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회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새 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KDB생명에만 돌리고, 유상증자의 대가로 추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KDB생명은 인력과 지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KDB생명은 지난 8월 완료한 희망퇴직을 통해 입사 20년차 이상, 45세 이상 직원 235명을 내보냈다. 올 초까지 15명이었던 임원은 1분기 6명, 2분기 4명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5명만 남았다.
또 지난 7월에는 전국 190여개 지점을 99개로 통폐합했다. 지점 2개를 1개로 합친 셈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지난달 KDB생명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반려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KDB생명이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고통을 분담해야만 증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통한 증자 참여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직원 1명당 최대 2000만원씩, 총 60억원 규모의 증자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DB생명 노사는 직원들의 증자 참여 여부와 정확한 규모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KDB생명이 또 다시 증자에 실패할 경우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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