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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왜 SK그룹 제안을 거절했나

[SK, 금호타이어 인수설]산업은행은 왜 SK그룹 제안을 거절했나

등록 2017.12.15 14:19

수정 2017.12.15 15:5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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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의사타진 한 건 맞지만 실효성 있는 논의 없었다”‘3자배정 유상증자’, 채무 상환 유예 등 제시조건 안 맞은 듯

정무위 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정무위 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SK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3자배정 유상증자’와 ‘채무상환 유예’ 등 조건에 부담을 느낀 산업은행이 SK 측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SK그룹은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는 ‘금호타이어 인수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에게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규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구주 인수 대신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감자계획 등을 제시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산은 측이 반대하면서 SK그룹의 이 같은 계획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은행 측은 SK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 SK의 제안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이를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매각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K그룹이 내놓은 조건으로는 매각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산은이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유상증자’ 등 SK그룹이 함께 제시한 조건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경우 채권단으로 당장 돌아오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차입금 상환 문제다. 금호타이어가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SK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려면 채권단이 이에 대한 상환을 유예해줘야 한다. 특히 SK 측은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될 때까지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투입할 7000억원의 상당 금액을 차입금 상환이 아닌 신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배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역시 채권단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현재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 14.15% ▲산업은행 13.51% ▲국민은행 4.16% ▲수출입은행 3.12% ▲농협은행 1.83% ▲하나은행 1.54% ▲광주은행 1.2% ▲신용보증기금 0.5% 등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로 SK그룹이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이들의 지분율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결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SK그룹이라면 금호타이어를 충분히 회생 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아 채권단도 이번 제안을 쉽게 지나치지는 못할 것에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외부에서는 SK그룹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한다면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SK는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키워낸 전력이 있다.

아울러 SK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채권단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금호타이어에 대한 회생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에 따른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데 SK에 경영권을 넘기면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여기에 조속한 경영정상화로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SK그룹의 제안에 부담을 느껴 한 차례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업계 전반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은 만큼 SK 측이 새로운 조건을 내건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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