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KDB생명 성공·MG손보 실패대주주의 회생가능성 시각차 운명 갈라KDB생명 건전성 개선으로 매각 청신호MG손보 탈출구 안보여 매각 걱정할 판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로 자금 수혈에 성공한 KDB생명과 실패한 MG손해보험의 얘기다. KDB생명의 경우 직원들의 고통 분담으로 대주주를 설득해 한숨을 돌린 반면, 애초부터 대주주와 기대치가 달랐던 MG손보는 당장 급한 불을 끌 자금줄을 찾아 헤매고 있다.
KDB생명은 15일 KDB산업은행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참여 안건이 가결돼 3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게 됐다.
이와 달리 MG손보는 전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이사회에서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 안건이 부결됐다.
산업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각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 자베즈제2호유한회사를 통해 KDB생명과 MG손보 지분을 보유 중인 실질적 대주주다.
KDB생명과 MG손보의 올해 9월 말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각각 116.2%, 115.6%로 모두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두 보험사의 운명을 갈라놓은 결정적 차이는 각 회사의 회생 가능성을 바라보는 대주주들의 시각 차이에 있다.
산업은행이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노조의 의지를 높이 사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점쳤다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더 이상 돈을 쏟아 부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KDB생명 노조는 우리사주 참여와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임금 동결 등 추가 자구안에 대한 동의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앞서 KDB생명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통한 60억원 규모의 증자 참여를 요구했다.
KDB생명은 안양수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산업은행에 재신임 여부를 묻는 등 배수진을 쳤다.
임원과 직원이 모두 합심한 이 같은 행보는 추가 자구 노력 없이는 자본 확충도 없다는 산업은행의 입맛을 맞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KDB생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을 높여 인수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산업은행 측의 판단도 영향을 유상증자 결정에 미쳤다.
결과적으로 KDB생명은 RBC비율이 160%대로 상승하게 돼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향후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MG손보 역시 김동주 대표를 비롯한 전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연봉의 20∼50%를 반납하는 등 자구책을 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2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고,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회의 판단 때문이다.
당초부터 MG손보가 기대했던 유상증자 규모는 1000억원이었던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검토한 투자 규모는 450억원으로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MG손보가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돼왔다.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시 RBC비율은 약 23% 상승해 138.6%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MG손보의 전신인 그린손보 인수 당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었던 신종백 현 회장의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유상증자 무산에 한 몫 했다.
MG손보의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 다른 자본 확충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대주단의 대출금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결정으로 당장 재무건전성 개선이 힘들어져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나서는 이를 찾기 힘든 만큼 구주를 내다 파는 매각은 가능성이 떨어진다.
다만, 올해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투자자들을 설득할 여지는 남아 있다. MG손보의 올해 1~11월 누적 순이익은 100억여원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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