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산업은행 입김 작용했다는 관측 제기 ‘실적악화·소송’ 더블 악재에 ‘무리수’ 던진듯“3년 전에는 문제 파악 못했나” 의구심 증폭産銀 “주주일뿐 경영엔 깊이 개입하지 않아”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포함한 현대상선 전 경영진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현대상선 측은 지난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매각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 등의 배임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임 경영진이 체결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관련 계약으로 1094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먼저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절차가 무척 복잡했다고 회자한다. 당시 현대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1호’에 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약 5998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1호는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가 35%, 롯데그룹 35%, 현대상선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롯데그룹 계열사가 이지스1호 측이 보유한 로지스틱스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작성된 계약서만 15건에 달한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SPC에 대한 1094억원 규모의 후순위 투자를 결정하면서 발생했다. 로지스틱스가 헐값에 넘어갈 경우 펀드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손실을 부담하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해당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손실로 전환됐다.
이에 현대상선 측은 계약을 주도한 현정은 회장에게 책임이 있으며 이 가운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현 경영진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현대상선의 독단적인 판단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상선에 실적악화와 피소 등 악재가 계속되자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전 경영진을 걸고 넘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6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아직까지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2분기에 시작된 영업적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롯데글로벌로지스로부터도 고소를 당한 처지다. 현대상선이 매각 과정에서 롯데로지스틱스의 영업이익이 연 162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이를 보전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실제로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자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약 30억원의 차액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때문에 산업은행이 당장의 손실을 충당하고자 현대상선에 과거 체결된 계약의 검토를 유도했으며 법정다툼을 촉발시켰다는 게 지금까지의 해석이다. 고소를 주도하는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이 산업은행과 가까운 인물로 지목되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장진석 실장 역시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배임에 의한 피해는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소 전 산업은행 측과의 의견교환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과거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보고받았을 산업은행이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상증자를 마무리한지 보름 만에 거래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신뢰도를 추락시킨 점 역시 실책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주주일뿐 경영에는 깊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 경영진에 대한 고소는 현대상선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담당부문이 회사의 문제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