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잃은 현정은 회장···이번엔 배임 논란 ‘망연자실’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서 배임 소지”

업계 “더뎌지는 경영정상화 책임 회피성 여론몰이”

현정은 회장 사재출현 했는데 억울한 부분 있을 듯

현대상선이 배임 혐의로 현정은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배임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2016년 적통이었던 현대상선을 품에서 떠나보낸지 1년 6개월만이다.

현대상선은 16일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정은 회장과 전직 임원 등 5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현대상선은 지난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이하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이 문제 삼는 부분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맺은 15건의 계약 중 후순위 투자와 영업이익 보존 계약이다.

현대상선측에 따르면 당시 현대로지스틱스 주식회사의 발행 주식 및 신주인수권 등을 공동매각(현대상선 47.7%, 현대글로벌 24.4%, 현정은 등 13.4% 등)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 등은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후순위 투자(1094억원) 및 영업이익 보장(연 162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장진석 준법경영실 실장(전무)는 “해당 계약은 당시에도, 현 시점에서도 이행이 불가하고 당시에 예측 가능한 부분”이라며 “또한 이사회 결의를 거친 범위와 다르게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을 배임으로 보고 관련 사항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두 곳의 로펌 등에 검토를 받았으며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경영에 대한 결정을 현대그룹 내 전략기획본부에서 진행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장 실장은 당시 이사회 회의록 등을 요구하는 질문에 “현대상선 주도가 아니였기에 회의록 등을 파악하긴 힘들었지만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두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번째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계약을 무효화 시키려는 전략이다. 현대상선이 현대로지스틱스 계약상 문제를 발견한 것은 2016년 말 이후다. 고발을 하기까지 적어도 1년여의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2월 14일 현대상선에 영업이익을 보장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현 회장에 대해 배임 결정이 내려질 경우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더뎌지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현 회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공론화 한 이유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업계에선 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에서 피해액과 배임 증거 등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채 두루뭉실하게 말하는 것은 여론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대상선이 회의록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보니 검찰 조사를 통해 자료를 보려는 것 같다”며 “현 회장 입장에선 사재출연까지 했는데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