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대 초과에 50%관세···이하도 20% 부과초강경 조치 삼성·LG 연간 300만대 판매 차질정부 차원 WTO 제소 고려 등 대응 마련에 분주
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최종 결정했다. 당초 2월 초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 정부가 빠른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정부 당국과 삼성전자‧LG전자 등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과 LG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연간 1조원 규모의 수출에는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세탁기를 포함한 모든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TRQ(저율관세할당)를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무려 50%의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 다음 해인 2년 차의 경우, 120만 대 이하 물량에는 18%, 120만 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발표한 권고안 중에서도 초강경안이다. ITC는 당초 120만 대 미만 물량에 대해 무관세 혹은 20%의 관세를 매기는 안을 권고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120만 대 미만에도 2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체 수출 물량 전량에 관세를 물린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연간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환산해 보면 삼성과 LG는 각각 160만대(19%), 140만대(15%)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입게되는 구체적인 피해는 아직까지 추산하기 힘들다”면서도 “이번 조치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 수준 추산은 판매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섣불리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소비자가격 인상 수준은 미국 현지 유통관계자들과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120만대 미만에도 20% 관세가 붙으면서 소비자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미국 현지의 유통업계와 어떻게 협의가 될지가 관건이지만 최소 소비자가격이 10% 오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하기 닷새 전인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말해 세이프 가드 발동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발동 시기와 정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경해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과 LG는 이날 일제히 공식 입장을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 앞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이날 업계 관계자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세이프가드 대응방안 마련 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날 회의에서도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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