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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나는 박수현, 그가 남긴 ‘열일談’

청와대 떠나는 박수현, 그가 남긴 ‘열일談’

등록 2018.01.30 16:13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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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文대통령의 입이 남긴 훈훈한 발자취속옷 차림으로 기자들의 전화 응하기도靑 방문 온 수습기자들과 흔쾌히 오찬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때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어깨동무 후 웃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때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어깨동무 후 웃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원조(元祖).’ 이 단어는 주로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외식업에서 많이 사용된다. 원조라는 간판을 부착하면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찾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조라는 단어가 가진 가치가 우수하다는 얘기다. 또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가 집권한 후 청와대에도 수많은 원조들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다수의 참모진이 그렇다. 시간이 흘러 문재인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이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원조 참모진에도 이탈자가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조 입’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중 한 명이다.

박수현 대변인이 청와대를 떠나는 이유는 오는 6월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연관이 깊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때문에 박수현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건넸고, 이 사표는 다음달 2일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대변인이 청와대를 떠난다는 소식 때문일까.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인 춘추관의 분위기는 최근 칙칙하다. 가뜩이나 30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수현 대변인은 감기증상으로 취재진의 전화를 원활하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몇몇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수현 대변인이 감기에 걸린 이유를 시작으로 다양한 후일담이 오고갔다.

기자들 사이에서 오고간 후일담을 살펴보면, 대부분 박수현 대변인이 ‘일벌레’라는 게 중론이다. 그를 둘러싼 이른바 ‘열일담(談)’을 언급하면 이렇다. 우선 ‘속옷’ 차림으로 기자들의 전화를 받은 사연이다. 어느날 박수현 대변인이 이른 새벽 샤워를 마치고 속옷 차림으로 있을 때 한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그는 전화를 거부할 수 있었다. 다만 박수현 대변인은 전화를 받고 “3분만 있다가 다시 전화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급히 옷을 챙겨 입은 후 기자의 전화응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취재진 전화로 시작해 취재진 전화로 끝나는 대변인 업무 성격으로 인해 발생한 얘기다.

다음은 ‘이름패싱’이다. 취재진과의 전화 업무가 과도하게 많은 탓에 기자들의 이름을 생략한 것이다. 박수현 대변인과 가까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수현 대변인에게 한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때 박수현 대변인은 ‘다음부터는 이름 말고 바로 질문으로 넘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수현 대변인의 귀는 ‘강철 귀’”라면서 “대부분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박수현 대변인은 현장 기자뿐 아니라 ‘수습기자’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는 지난해 12월26일. 그날은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항의 시위 및 경찰의 ‘청와대 탄저균 백신 수입’ 보도 매체 수사가 진행됐다. 청와대의 입장을 전해야 하는 박수현 대변인으로서는 매우 바빴던 날이다. 같은날 한 경제지에서는 수습기자 7명이 대거 방문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그날의 업무상 춘추관을 방문한 수습기자들을 보고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수현 대변인은 수습기자들과 함께 오찬을 나눴다. 새내기 기자들과의 소통에도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8일 기자와 만나 조만간 청와대를 떠날 박수현 대변인을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후임으로 누가 올지 모르겠으나 취재진으로부터 아마 ‘전 대변인은 이렇게 안했는데’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본인은) 공보 업무를 오래했고 다양한 대변인들과 호흡했다. 그중 박수현 대변인은 정말 완벽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조 입’ 박수현 대변인이 걸어온 행보와 후일담을 살펴보면 훈훈함이 감돈다. 그리고 박수현 대변인이 감기증상으로 전화업무가 원활하지 못한 이날을 비롯해 최근 춘추관 분위기가 왜 칙칙한지도 어느 정도 감이 온다. 한편 박수현 대변인의 후임으로는 신문기자 출신의 김의겸 내정자다. 청와대는 김의겸 내정자를 “글 잘 쓰는 언론인”으로 소개했다. 글 잘 쓰는 신임 대변인은 훈훈함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원조 입’ 박수현 대변인과 어떠한 차이점을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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