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규제 여부를 놓고 도마에 오른 가상화폐에 대해 한 발언이다. 당시 감독당국의 수장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놀리 듯 ‘내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뒤 가상화폐에 대한 최 원장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취임 후 수차례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그의 입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 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가상화폐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며 “가상화폐공개(ICO) 얘기도 나오고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게 블록체인인데 그걸 활용하는 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이 가상화폐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며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거래를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상화폐는 형태가 없다며 내기를 걸던 최 원장이 오히려 거래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최 원장은 지난해 송년 기자간담회 당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방향이 다르다”며 “금융당국은 인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의 발언 이후 실제 가상화폐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최 원장의 말 바꾸기에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조롱에 가까운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이제 와서 정상적 거래를 지원하겠다니 이미 입은 손실을 어떻게 할 거냐”며 “이제 내기를 안 하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는 “저점 매수하고 나니 지원한다는 얘기에 어이가 없다”며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을 호떡 뒤집듯 뒤집는 최 원장의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원장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대한 표적검사 논란을 빚고 있는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른바 ‘팩트(Fact)’ 발언을 주워 담았다.
최 원장은 지난 1일 자영업자 금융지원 강화를 위한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국민은행 사당동지점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시중은행들의) 여러 가지 채용비리 상황을 (금감원이) 확인해 검찰에 결과를 보냈다”며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5일 설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검찰에서 조사하고 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 어떤 결과도 알 지 못하는 상황에서 뭐라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지난번에는 검사 결과가 확실하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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