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안방보험서 1조 유상증자 자금수혈당국에 경영권 뺏겨 올해 추가확충 불가200%대 양호한 RBC비율 유지 힘들 듯공격적 판매한 고위험 저축성보험 부담
안방보험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자금줄을 믿고 팔았던 고위험 저축성보험이 독(毒)이 돼 돌아올 수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해 대주주 안방보험그룹의 참여로 각각 5283억원, 311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는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과 이에 따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에 대비해 자본을 쌓기 위한 조치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해에만 이 같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안방보험으로부터 수혈했다.
안방보험은 2015년 6월 동양생명을 인수해 한국 보험시장에 진출했으며 2016년 12월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인수했다. 안방생명과 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 동양생명 지분 75.3%, 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 ABL생명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IFRS17 시행이 3년으로 앞으로 다가온 올해는 안방보험에 손을 벌릴 수 없게 됐다. 현지 보험당국에 경영권을 뺏긴 안방보험의 의사결정체계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내년 2월 22일까지 1년간 위탁경영팀을 통해 안방보험을 경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실사에서 안방보험의 보험업법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경영관리 조치다. 안방보험은 이사회, 감사회 등의 직무가 중단됐으며 보감회 위탁경영팀이 업무를 넘겨받았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역임한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로 잘 알려진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은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현행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00% 이상으로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다. 회사별 RBC비율은 동양생명이 지난해 말 기준 211.2%, ABL생명이 지난해 9월 기준 234.9%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안방보험의 도움으로 끌어올린 RBC비율을 언제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안방보험의 위탁경영 기간이 1년으로 한시적이긴 하지만, 이 기간 내 RBC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위탁경영 기간이 연장될 경우 자본 확충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기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안방보험이 한국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저축성보험 판매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ABL생명은 지난해 8월 안방보험 두 번째 한국 자회사로 공식 출범한 이후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해왔다. 실제 ABL생명의 2016년 1~10월 400만원에 불과했던 방카슈랑스채널 초회보험료가 지난해 동기 9111억원으로 급증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주로 저축성보험 판매 창구 역할을 한다.
ABL생명에 앞서 안방보험에 넘어간 동양생명의 방카슈랑스채널 초회보험료는 2015년 1~10월 664억원에서 2016년 동기 2조1108억원으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해당 기간 일시납 수입보험료 역시 1795억원에서 2조3588억원으로 13배 넘게 늘었다.
안방보험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국내 다른 보험사와 달리 저축성보험 판매에 치중했다. 저축성보험 판매로 확충해야 할 자본은 얼마든 대줄테니 일단 팔아서 덩치를 키우라는 게 안방보험의 주문이었다.
IFRS17이 시행되면 저축성보험은 매출로 인정되지 않고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Big)3’를 포함한 국내 대다수 보험사들은 수년 전부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방보험으로부터의 자금 공급이 끊기거나 안방보험이 아예 철수하게 되면 그동안 팔았던 저축성보험은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 위탁경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태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위기설이 영업현장으로 확산돼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양측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중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된 사항이 없고 영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지분 매각이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각종 추측이 고객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이를 악용하는 경쟁사의 영업행위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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