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안에는 일단 환영 입장경영개선·주주환원 로드맵 등 공유 요구삼성물산 합병 당시 소송전까지 불사배당 확대·지주사 전환 등 2차 요구도현재 현대차그룹 지분율 소수에 그쳐
엘리엇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계획을 환영한다”며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별 기업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른 구체적인 요구안은 입장자료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개편안에 대한 추가 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있어 향후 후속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엘리엇은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며 이름을 알렸다.
행동주의 투자자란 기업에 대해 일정지분을 보유하고 경영권이나 재무전략 등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주를 의미한다. 엘리엇은 기업의 지분을 상당부분 인수하거나 통째로 사들여 이사회에 자기 멤버를 넣거나 교체를 요구하며 자사주 매입, 기업분할과 매각, 현금배당 등의 요구가 많은 헤지펀드로 알려져 있다.
엘리엇의 경우 주주로서 회사 측에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자주 취한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도 또 다른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엘리엇의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이 내놓은 입장자료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에 총 10억 달러(1조580억원)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사별 지분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총 73조5000억원으로 이를 기반으로 봤을 때 엘리엇의 지분율은 1.36% 수준이다.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더욱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체적인 개선안에 대해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환영한다”는 엘리엇의 입장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엘리엇의 태도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이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율도 높았다.
당시 엘리엇은 소송까지 불사하며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했다. 법원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며 엘리엇의 ‘1차 행동’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대통령 탄핵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연결되기도 했다.
이듬해 10월 엘리엇은 자회사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을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2차 행동에 나섰다. 당시 요구사항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1주당 24만5000원 규모 특별 현금배당을 실시하며,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분할 후 각자 생길 삼성전자 이사회에 사외이사 3명을 추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는 한 달 뒤인 11월 엘리엇의 제안 중 일부분을 수용했다. 배당을 크게 확대했고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엘리엇이 소송 등 법적인 조치는 정치적 공격, 언론매체를 통한 공격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제동에 주주가치 증대보다는 주가를 더 올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단행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의 전례를 볼 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도 비슷한 종류의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짧은 논평을 내놨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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