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승계와 무관” 해명에도 시장선 승계 작업 첫 발 내딛어 시각양도소득세 납부로 사회적 부담 덜어빠르면 하반기 중 구체화될 가능성도
전날 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날 현대글로비스 역시 이사회를 통해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이어 주요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역시 이사회를 열고 각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역시 기아차에 현재 보유 중인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된다. 아울러 지배구조 역시 ‘대주주→현대모비스→현대·기아차→개별사업’으로 단순화된다.
반면 그룹 총수는 정몽구 회장이 현재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16.88%를 보유한 기아차다. 이어 정 회장이 2대주주로 6.96%를 보유했으며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가 0.67%를 보유 중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몽구 회장 역시 6.71%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해당 주식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승계 작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일단 현대차그룹은 이번 결정이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주주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얼마나 사들일지는 미정이지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확정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선 최소 4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된다. 여기에 대주주와 계열사 간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도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개편시기와 방식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대주주가 보유한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 중인 모비스 지분을 스왑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 하락 없이 그룹 지배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꾸준히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자연스레 해소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전에는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승계 작업을 예상하는 것이 무의미했지만 현대모비스가 지배회사로 올라서는 큰 그림이 정해진 만큼 보유 지분 변동을 통해 정 부회장이 대주주가 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빠르면 하반기 중 정몽구 회장이 총수를 넘겨주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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