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관계 정상화···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韓日 진정 가까워지려면 피해자들의 용서 필요”“고다이라·이상화 우정처럼 한일관계 발전하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서면인터뷰를 공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통 큰 합의와 구체적인 방안이 바련되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오는 9일 방문할 예정이기도 하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미우리신문 서면인터뷰 전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며,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통 큰 합의와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 남과 북의 공동 번영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그리고 이를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뛰어난 협상가이자 리더인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의 진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놓칠 수 없는 역사적 기회가 우리 앞에 있는 만큼,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를 달성하여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중계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간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장의 5월 중 폐쇄와 이를 공개할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는 의미 있는 조치로 생각합니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아직 개최되지도 않았고, 비핵화의 구체 조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과거에 북한과의 북핵문제 협의가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하여 오늘의 협의도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빠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미간 신뢰를 강화하고, 합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역할을 다 해 나가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요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정상회담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한반도 평화에서 남북관계까지 다양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큰 성과라 하겠습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김 위원장이 아주 솔직하고 실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와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고, ‘판문점 선언’이라는 귀중한 합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담대한 걸음을 시작할 것입니다.
일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북일 관계 정상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특히 저는 북일간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일 관계가 정상화 되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도 북일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과거문제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세계사적 대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도 일본과 긴밀히 소통하며 공조할 것입니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여정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합니다.
납치 피해자 문제가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간 이 문제를 북한측에 제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에도 다시 한 번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납치 피해자 문제는 북·일간의 오랜 난제로 남아 있고,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 일본 내 비관론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를 해나간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북핵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대화 노력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작은 평화의 물줄기를 틔웠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합의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북일 간 현안이 해결됨으로써 오랜 세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치유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함께 계속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양국의 관계가 정체되어 있다는 인상을 양국의 많은 국민들이 받고 계실 것입니다. 양국이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고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불행한 역사로 고통 받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의 용서와 화해가 필요합니다. 정부간 조약이나 합의만으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온전하게 치유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가 피해자들에게 전달되고 수용되어야 합니다.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하고 그 역사를 교훈 삼아 다시는 과거와 같이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나갈 때, 비로소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을 것이고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완전한 과거사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편, 역사문제와 분리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국이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일이 함께 한 역사가 2000년이 넘습니다. 교류·협력의 꽃이 만개했던 시기도 있었고, 어둡고 불행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역사 문제와는 별개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왔습니다. 제가 대일외교의 기조로 삼고 있는 이 ‘투트랙’ 접근은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선언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어떻게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지에 대한 선대 지도자들의 고심의 산물이며, 두 위대한 지도자의 지혜와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선언에서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시대적 요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해법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구체 행동계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화채널 활성화·인적교류 증진·경제협력 강화, 이 3가지 분야가 양국관계의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각계의 대화채널이 활성화 되면서, 양국관계에 좋은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상차원에서도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베총리와 저는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을 포함하면 취임 후 1년 동안 6차례의 회담과 12차례의 통화를 가지게 되는 것인데, 역대 정상 중 가장 빈번한 소통이라고 합니다. 지난 2월 아베 총리께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와주셨고, 제가 이번에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함으로써 한일간 셔틀외교도 완전히 복원하게 됩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한국에서 일본의 음식과 소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양국 인적교류 1천만 시대를 열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상호 주요 교역상대국이며, 역내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입니다. 1965년 수교 이래 양국간 협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해, 2011년에 교역액이 1,000억불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양국 기업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경제인들은 각자의 장점을 결합하여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협력이 더욱 확대되길 바랍니다. 한일 경제협력의 미래는 혁신성장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와 같은 신산업을 발굴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 양국이 시차를 두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돌입하여, 각각 구직·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웃국가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호혜적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양국 정부가 한일 청년 교류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 방안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길 바랍니다.
취임하면서 ‘든든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든든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기 때문에 묵묵히 남은 길을 갈 것입니다. 또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취임 이후, 가급적 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남북간 합의가 있어도 그것을 숙성시키는 과정이 없으면 다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취임 1년이 되는 지금, 그 첫 단초에 마련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합의보다는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겠지요.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남북관계, 든든한 평화만들기에 나서려 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평화로운 한반도,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겠습니다.
실향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습니다. 변호사가 된 것도 어렵고 도움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노동, 인권변호사가 되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저는 평범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저의 생각이 저를 정치로 이끈 계기입니다. 정치를 하면서 늘 마음에 두고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것이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른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바른 정책을 행하고, 정의를 따르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고,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정자정야가 아니겠습니까. 국가가 정의롭고 공정할 때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문은 2012년 6월로 기억합니다. 당시 기업인, 학계 인사를 만나 신재생에너지, 동북아 평화와 안보 등을 주제로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얻은 아이디어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제 고향이 부산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날씨가 좋으면 일본 대마도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모노세키를 오가던 関釜(부관페리)연락선이 덕분에, 어릴 적 일본 제품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기능이나 성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일본인들의 꼼꼼하고 성실한 성품이 녹아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일본인들을 만나면 진중하고, 배려심이 깊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인들은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빛났던 고다이라 나오 선수처럼 말입니다. 경쟁자이기도 한 이상화 선수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고다이라 선수의 모습이 한국인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다이라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아름다운 우정처럼 한일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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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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