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지주회사 전환 신청 후 한 달증권사 인수 계획 사실상 세웠지만 답보제반 절차 완수 이후 M&A 시동에 무게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9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인가 계획을 의결하고 7월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 신청 서류를 냈다. 해당 서류는 금융감독원이 먼저 심사를 하게 되며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인가하면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된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공표하고 내년 1월 우리금융지주를 재출범시킬 수 있게 된다.
시장이 볼 수 있는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절차는 여기까지 진행됐다. 우리은행이 당국 측에 지주사 전환을 위한 보완 자료를 최근까지도 계속 제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답변은 아직 없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 인가 작업에 3개월 정도가 걸리므로 늦어도 10월 초·중순까지는 가봐야 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가만히 있지는 않고 있다. 물밑에서 다각적인 사세 확장 작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다양한 형태의 M&A 작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첫 번째 단추가 증권사 인수 문제다.
과거에 존재했던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이라는 대형 증권사를 품고 있었지만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매각한 바 있다. 예전에 접었던 업종을 다시 살리는 것이 우리은행의 숙제인 만큼 증권업은 비은행 자회사 중 반드시 품고 가야 할 업종 중 하나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우리은행이 강력하게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기존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도 시도할 수 있겠지만 기존에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고 우리종금과 합병해 옛 우리투자증권 수준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중소형 증권사는 교보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이다.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자본 확충을 위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타이완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타이완 유안타그룹 본사의 매각 의도가 심심찮게 흘러나온 바 있다.
둘 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능력을 갖춘 회사인 만큼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만한 매물이다. 실제로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증권사 인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이에 대한 실행 카운트다운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주사 전환 인가와 관련된 각종 절차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독자적으로 증권사 인수를 위해 움직일 수는 없다. 또한 괜한 움직임이 자칫 대업을 그르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단은 각종 행정 절차와 주총 등 일련의 지주사 전환 문제를 무사히 마무리짓는 것이 목표다.
그나마 우리은행에게 호재가 될만한 일이라면 23일 금융당국이 내린 우리종금의 외환·장외파생상품 업무 관련 검사 결과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과거 외환·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한 우리종금에 기관경고를 내리고 전·현직 경영진에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이 내린 징계 수준은 매우 가벼운 수준이기 때문에 추후 우리종금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특히 이번 징계로 우리종금의 증권사 사업 면허 회복에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증권사 인수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앞서 언급된 대로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독단적 움직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당국의 행정처리 속도에 따라서 우리은행의 대대적인 M&A 공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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