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전직 차관이 나란히 이사회에 참여해 각각 의료, 행정, 법률 분야에서 압도적 인맥을 갖췄다. 특히 올해 새로 선임되는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이 즉시연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근창·이창재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고 허경욱 현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임기가 2년 남은 강윤구 현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이 선임된다.
이 중 대학 교수 출신의 이근창 사외이사 외에 나머지 3명은 노무현 정부 이후 정부 부처 차관을 역임한 고위 인사다.
강윤구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2003~2008년) 복지부 차관, 허경욱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2008~2013년) 기재부 제1차관, 이창재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역대 3개 정부의 차관 출신이 같은 시기 한 기업의 사외이사로 나란히 기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앞으로의 역할이 가장 주목되는 이는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지급을 거부하며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새로 선임되는 이창재 사외이사다.
이창재 사외이사는 1965년생으로 사외이사 중 가장 젊다.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등을 거쳐 2015년 12월부터 제59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며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민원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자 다른 민원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불명확한 약관을 이유로 과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4300억원(5만5000건)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현 사외이사인 강윤구·허경욱 사외이사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7월 26일 이사회 멤버다.
강윤구 사외이사는 의료 관련 분쟁, 허경욱 사외이사는 금융당국과의 소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구 사외이사는 1950년생으로 고려대 철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1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금 국장 등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제28대 복지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2010년 제7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을 지낸 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허경욱 사외이사는 195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2회 출신의 대표적인 경제·금융관료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국책과제1비서관 등을 거쳐 2009년부터 기재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를 지낸 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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