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선임 방향 따라 경영 트렌드 해석 가능올해도 DJ·盧정부 출신 인사 사외이사 대거 진입노동이사제 도입은 올해도 변수···성사 확률 낮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산업계 민간기업의 사외이사와 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행하는 역할을 빗대면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로 어떤 인물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경영 방향을 해석할 수 있기도 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보험사 등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자들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꽤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회를 통해 각종 경영 현안을 처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임무고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검증하고 선출하는 역할 또한 사외이사에게 부여된 임무다.
특히 특정 경영자와 그 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산업계 민간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특정된 주인 없이 운영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경영 현안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도 각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후보들을 보면 전직 관료부터 시작해서 법조인, 회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인물들이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독 두드러지는 트렌드를 꼽아보자면 친정부 인사들이 올해도 득세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또는 정부 부처에서 일했던 일부 관료들이 금융권 사외이사로 진입하는 경우가 올해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각 금융회사들은 친정부 계열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앞으로 진행될 여러 고강도 감독 정책으로 인해 다소 소원해질 수 있는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등 근로자들이 추천하는 이른바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도 현재의 사외이사 인력 구조를 혁신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은 없다.
올해는 당초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가 백승헌 변호사를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으나 자격 문제 논란이 불거져 백 변호사 추천을 자진 철회했고 현재는 IBK기업은행 노조만이 노동이사제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노동이사제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을 아직 내놓지 못했고 노동이사제 제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어 올 주총 시즌에서도 이 문제는 동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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