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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금융권 노동이사제···찬반 논란도 여전

[금융권 사외이사 대해부]김빠진 금융권 노동이사제···찬반 논란도 여전

등록 2019.03.03 10:26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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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추진 불발···IBK기업은행만 후보 추천했지만사외이사 선임까지 험로 예상···금융당국·정치권 뒷짐찬반 논란도 여전···“갈등 감소 vs 경영 의사결정 지연”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올해도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후보를 철회하면서 김이 빠진데다 IBK기업은행 노조 역시 추진중이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이사제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도 여전히 진행중이어서 국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노동이사제 도입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를 회사 경영에 참여시키면 기업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에 나섰지만 업계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반응은 냉랭하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월 15일부터 22일까지 사외이사 추천을 받아 지난 25일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전했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을 거쳐 정의당 중소상공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국책은행의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지만 사외이사 선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기업은행 노조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절차적 타탕성이 없다.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가지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지배구조 내부규범이나 정관을 바꾸거나 국회를 거쳐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아무런 관련 움직임이 없어 정관 변경 등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와 유사한 근로자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세번째 시도에 나섰다가 ‘추천 자진철회’로 무위에 그쳤다. 후보자의 자격 결격 시비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을 철회하며 발을 뺏다.

그러면서 업계에선 사실상 올해 노동이사제 도입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금융노조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권 노동자 추천 이사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치권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내용을 담아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는 찬반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근로자의 경영 참여로 내부 견제가 가능하고 갈등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동 존중 문화 확산은 물론 기업내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선기능으로 꼽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화된 제도라는 점도 근거다.

반대 측은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 입장은 노사 협의로 반영할 수 있으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영 활동에 근로자의 입장만 대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독일의 노사 상황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은 물론 최근 독일과 유럽 등에서 노동이사제가 기업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혀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찬성 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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