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회계 논란···영업익 축소·적자폭 확대 10년간 그룹 재건 자금 지원···만성적인 자금난CJ대한통운·광화문 사옥 매각 등 현금 마련에도올해 만기 차입금 1兆 이상···자금조달 여력없어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649%로, 여전히 6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논란은 지난 22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 충당 부채, 마일리지 연수익, 2018년 취득한 관계기업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에서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정 의견을 제시했다.
항공사들은 리스 계약이 끝난 항공기를 반납할 때 정비까지 마쳐야 하는데, 통상 이 비용을 매년 충당금으로 쌓아놓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 비용을 반납하는 그 해에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항공사 마일리지 역시 회계상 부채로 봐야하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나흘 뒤 인 26일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부채가 제때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887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순손실은 1050억원에서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부실회계 사태의 시초가 박 회장이라고 본다. 박 회장은 2009년 분해된 금호그룹 재건 위해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인수해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유일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기내식 대란’도 맥락을 같이한다. 박 회장은 당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무이자로 빌리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권을 중국 업체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납품 차질이 빚어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10년간 ‘후원자’ 구실을 하느라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남는 돈이 없어 이 기간 동안 주주배당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부채비율은 2010년 585%에서 2013년 600%를 넘었고, 2015년에는 991%로 급증했다. 2016년 690%, 2017년 588%로 낮아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649%로 다시 상승했다.
다만 업계의 우려보다는 지난해 부채비율이 낮게 잡혔다.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을 펼쳐온 덕분이다. CJ대한통운 지분 매각(940억원)과 전환사채 발행(1000억원), 그룹 광화문 사옥 매각(4180억원) 등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또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에어부산 상장, 항공기 선급금 담보금융을 통한 차입을 진행했다.
재무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운용리스를 부채로 분류하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부채비율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큰 영향이다. 기존에는 운용리스 비용이 영업비용으로 처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항공기 82대 중 50대를 리스로 운용한다. 당장 올 1분기부터 부채비율이 약 200%포인트 상승해 90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도래하는 차입금 만기액만 1조3200억원에 달한다. 매 분기마다 3000억원 이상을 갚아야하는데 빠듯한 실정이다. 당초 지난달 29일에 발행 예정이던 영구채 650억원은 부실회계 사태로 중단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 모두 하향검토 대상으로, 자금조달이 힘든 투기등급(BB+ 이하)으로 떨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현금성 자산은 3000억원에 못 미친다. 그동안 자금마련 방안으로 활용해 온 ABS 발행도 힘들다. 이미 총 자본금의 30% 이상을 ABS 발행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3조4400억원이다. 차입금 구성은 금융리스부채 41%, 자산유동화사채 36%, 차입금 14%, 무보증 사채 및 전환사채 9% 등이다.
박 회장은 이번 부실회계 사태의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사퇴를 결정하기 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는 오는 6월 만료되는 재무개선 MOU의 연장 여부와 관련이 깊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건 과정에서 무리한 지원 부담으로 2010년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이후 4년 만인 2014년 12월 졸업했지만, 여전히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만약 MOU가 연장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BBB-)이 강등될 수 있고, 차입금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한다. 이 경우 장기차입금 258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417억원 등을 갚아야 하는 만큼 유동성 위기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우선 MOU를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정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그룹 차원에서의 우량자산 매각과 시장차입 상환계획 등이다. 박 회장의 사재 출연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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