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최상위 금호고속 지분 31.1% 보유박 회장 일가 총지분 60% 육박···절대적 입지전계열사 지배력 유지···실질적 경영참여 가능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회계 논란을 책임지기 위해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금호고속의 사내이사직도 내려놨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 의견을 받았고, 두 회사는 22~25일 주식매매가 정지됐다. 두 회사는 26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 회장은 퇴진 의사를 밝힌 뒤 사내 게시판에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논란과 관련해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자진 퇴진 배경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불발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 회장은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 역시 반대로 쏠렸다.
이날 열리는 금호산업 주총에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충격으로 그룹사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박 회장의 책임론에 힘이 실리면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의 손에 사내이사직에서 끌어내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진 사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의 공백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메우게 된다. 박 회장 최측근 인물 중 한 명인 이 부회장은 그동안 서울 본사에 머물며 경영 현안을 총괄하고 대관 등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왔다. 다만 이 부회장은 상징적 인물에 가까운 만큼, 그룹은 빠른 시일내 박 회장 후임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명망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인데, 전문경영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로서 그룹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진다.
금호고속은 박 회장이 지분 31.1%를, 박 회장 부인인 이경열씨가 3.1%,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21%, 딸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율만 57%에 달한다.
금호산업은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이 45.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이 33.47%를 보유 중이다. 박 회장의 지배력은 금호고속에서 시작해 금호산업을 거쳐 아시아나항공까지 뻗어나간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모든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형태다.
박 회장은 직위만 없을 뿐, 그룹 전반의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 인사나 투자, 인수합병, 상장 등 주요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박 회장의 의중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짙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쉽지 않다”며 “대외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하며 실질적인 지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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