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파장]코오롱 인보사 사태, 감사보고서 수정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적정’ 받은 감사 결과 뒤집는 재감사 전무

‘은폐’ 고의성 확인되면 금융당국서 조치

증권가 “십년 넘게 몰랐다는 사실이 황당”

회계법인 “제약 관련 전문적 내용이라 사전에 알지 못 해”

그래픽=강기영 기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케이주’ 성분 문제가 발생하자 회계법인의 재감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지만, 감사보고서 수정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각각 지난달 11일과 21일 ‘적정 의견’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러나 이들 보고서에는 인보사에 대한 위험이나 판매 중단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코오롱은 이달 1일 인보사에 미국 임상 3상 준비 도중에 새 물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면서 인보사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코오롱의 간판 신약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인보사’의 판매가 중단되자 업계에서는 향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감사보고서 수정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더군다나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인보사 기술수출 하나에 실적을 의존하는 구조다.

문제는 또 있다. 코오롱이 인보사 성분에 대해 고의성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회계법인 ‘적정 의견’을 공시한 직후 인보사 판매중단을 발표해 회사가 감사기간이 끝날 때까지 고의로 문제를 숨긴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증권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보사 사태를 아무리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회사가 지난 15년 동안 인보사 성분을 잘 못 알았다는 점은 황당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만으로 봤을 때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감사보고서가 수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는 게 한국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이 재감사를 받는 이유가 감사의견 ‘비적정’을 ‘적정’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즉 이로 인해 발생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코오롱처럼 이미 감사의견 ‘적정’으로 나온 기업이 재감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회사가 인보사 성분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로 인한 감사보고서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일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그 다음에는 금융당국에서 조치할 사항이지 감사보고서 수정 등 정기 보고서 통해서 진행되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여기에 만약 감사인이 인보사의 문제를 사전에 알았다면 회계의견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 역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제약바이오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가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한 회계법인이 사전에 알 수 있을 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코오롱의 외부감사를 진행한 한영회계법인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고객사로부터 사실 관계 파악 중”이라고 말할 뿐 재감사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