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학회 발표 논문···“표본 변동 효과 제거하면 별 변화없어”지난해 가계동향조사 논쟁 시 “표본 오류로 소득격차↑” 주장“소주성 결과로는 글쎄···이중차분법 등 표본 문제 교정해야“
통계청이 2017년 조사대상을 5500가구에서 2018년 8000가구로 늘리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표본 변동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년대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8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2018년도에 발생한 가구소득 분포의 변화’ 에서 작년 하위소득군의 소득 악화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통계 표본 변동 효과를 제거하면, 1분위 소득은 작년 2∼3분기에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없었으며, 4분기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기저효과일 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통해 2018년 저소득층의 소득이 2017년 동기대비 2분기의 경우 –7.6%, 3분기 –7.0%, 4분기 –17.7%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작년 1분기부터 조사항목의 전국 단위 대표성 확보, 모집단 변화 등을 고려해 표본을 새롭게 선정했다. 표본 가구 수는 2017년 5500개였지만 작년은 8000개로 늘어났다.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부문을 폐지할 계획이었다. 소득 민감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낮은 응답률로 인해 조사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평가 지표로서 조사를 존치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2016~2018년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의 표본 변화는 클 수밖에 없었다. 표본 수는 8700개(~2016년)에서 5500개(2017년)로 줄었다가 8000개(2018년)로 바뀌게 된 것이다.
논문은 “통계청 조사 결과 자체가 표본 변경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분절이 일어났기 때문에 진정한 소득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 오류를 교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논란의 시초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소득분배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23으로 동분기 기준 2008년(5.24)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1분기에는 5.95배로 통계 작성 사상 최악이었다.
야권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확대됐다며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을 제시했다.
이에 여권은 가계동향조사 표본 오류설을 주장하며 이를 반박했다. 이 조사의 표본 수가 올해 8000가구로 늘어나면서 비교적 저소득층인 1인가구와 노인가구를 더 많이 포함하게 됐으며, 따라서 올해 분배지표를 이전과 단순 비교해 ‘역대 최악’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여권 쪽에서는 또 다른 표본 오류 가능성은 표본 수뿐 아니라 ‘중복률’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을 교체할 때 이전과 이후의 중복률이 66.7%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 수치가 42.5%로 크게 낮아졌다는 것.
당시 통계청과 통계 전문가들은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통계 전문가들은 “가계동향조사에 오류가 있었다면 오히려 표본 수가 적은 작년에 언급했어야 했다며, 이제야 여권이 통계 오류를 언급하는 건 일관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논문 연구진은 “2017년 표본 문제를 명시적으로 교정하지 않으면 작년 소득분배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잘못된 해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중차분 또는 그 외 방법으로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진은 2017년과 작년 표본 구성 차이에 따른 관측 소득분포 변화를 제거, 진정한 소득 변화를 분리하기 위해 ‘이중차분법’이라는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이중차분법이란 표본이 바뀐 첫 조사인 작년 1분기의 평균 소득 변화율을 1분기 이후 분기의 분위별 평균 소득 변화율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통계청 미시 원자료 중 2인 이상 가구 자료의 실질소득을 이러한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작년 2∼3분기 총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분위의 2018년 2분기 대비 전년동기대비 총소득 증감률은 0.0%, 3분기 0.6%, 4분기 –10.2%로 나타났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의 수치보다 각각 2분기 7.6%, 3분기 7.6%, 4분기 7.7% 상승한 수치다.
작년 2분기 1분위 증감률을 보면 근로소득이 -2.9%, 재산소득이 -26.7%를 나타냈지만, 사업소득이 4.6% 증가하며 총소득은 1년 전과 같은 보합이었다. 7.6% 감소했다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가 났다.
3분기 1분위 증감률 역시 재산소득(-36.8%)과 근로소득(-9.6%)이 감소했지만, 사업소득(12.1%)이 늘면서 총소득은 0.6% 증가했다. 통계청 결과는 -7.0%였다.
다만 작년 4분기 1분위 증감률은 -10.2%로 작지 않은 감소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는 2017년 4분기의 1분위 소득이 급격히 증가한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논문은 강조했다. 당시 1분위 소득은 1년 전보다 10.2% 늘어났다. 이는 2010년 1분기(11.9%)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였다.
연구진은 “통계 표본 변동 효과를 제거하면, 1분위 소득은 작년 2∼3분기에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없었으며, 4분기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기저효과일 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이번 분석은 2017년과 2018년의 추세가 동일했으며, 오류가 오로지 표본 대표성 문제로 발생한다는 두 가지 전제가 동시에 성립한다고 가정한 분석”이라며 “향후 보다 진전된 연구 방법을 통해 2018년 소득분포의 진정한 변동 양상이 규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한편 통계청은 논란이 된 가계동향조사를 올해부터 전면 개편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표본 수를 1만2000개로 대폭 늘려 정확성을 기하고, 분리됐던 지출과 소득 부문을 통합한다. 다만 비교를 위해 현재의 표본 수 8000개 조사는 내년에 유지하며, 새로운 조사는 1년간 시험 조사를 거친 이후 2020년부터 공표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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