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3200만명 추억 앞에 선 싸이월드의 숙제

오피니언 기자수첩

3200만명 추억 앞에 선 싸이월드의 숙제

등록 2026.08.18 17:49

유선희

  기자

reporter

"지나간 시간들을 모두 다 되돌릴 순 없겠지." 가수 프리스타일이 부른 노래 '와이(Y)'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채우던 낭만의 시절이 있었다. 이용자들은 일상의 사진을 올리고, 가족·친구·지인과 일촌을 맺고 방명록을 남기며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도토리와 일촌평으로 대표되는 싸이월드의 문화는 당시 온라인 공간을 넘어 현실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까지 미니홈피를 개설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고, 싸이월드에서 유행한 표현과 문화는 온라인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으로 번졌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싸이월드는 또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된 2020년 이후 싸이월드는 거의 매년 재개장을 선언해왔다. 하지만 개장은 '데이터 복구 지연', '중국발 해킹 공격', '앱마켓 심사 지연' 등을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일부는 "기대를 안하겠다"며 냉정하게 돌아섰지만, 상당수는 추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에도 기대보다 논란이 먼저다. 서비스 정상화보다 코인과 투자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싸이월드와 코인은 꽤 오래 전부터 함께한 사업이다. 앞서 싸이월드는 도토리·싸이도토리·싸이클럽 등 세 차례 가상 자산 사업을 추진했지만 도토리와 싸이도토리는 발행이 엎어졌다. 싸이클럽은 빗썸에 2020년 9월 상장됐지만, 싸이월드 운영 업체 싸이월드제트와 싸이클럽 재단 제휴사인 베타랩스의 마찰로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면서 2022년 11월 상장 폐지됐다. 이번엔 싸이월드 브랜드를 내건 미상장 가상자산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특정 거래소 상장 일정과 가격 전망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싸이월드 사업권을 인수한 시그마체인은 금융권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싸이월드 도토리로 연동하는 웹3 수익모델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이용자가 도토리를 이용해 계좌 이체, 카드 결제 등이 가능하게 된다. 싸이월드의 부활 과정에서 코인 사업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경영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서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시그마체인은 웹3와 같은 거창한 청사진을 내놨지만 데이터 복원과 필요한 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작 설명하지 못했다. 이용자 대다수는 스테이블 코인보다 자신의 사진과 일촌평, 방명록 등 싸이월드에 남은 기록에 더 관심이 많을 테다. 데이터가 제대로 복원 중이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보다 코인이 전면으로 내세우는 건 싸이월드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으로 느껴질 것이다. 싸이월드는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되살려야 하는 것은 서비스 이름만이 아니다. 3200만명의 추억을 품은 플랫폼이라면 새로운 사업모델보다 그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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