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정당,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표하는 당연직·위촉직 42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각계각층 국민 의견을 수렴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 위원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공익에 기여하는 생을 살아온 제가 다시금 범국가적인 과업을 완수하라는 부름을 받았다"며 "내 남은 인생을 기꺼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반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국민들께서 제게 주신 저의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OECD 회원국 도시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를 추린 결과 한국 도시 44곳이 포함됐다는 최근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아무리 중국, 인도 등이 빠진 통계라고는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국가적인 위기"라고 토로했다.
반 위원장은 "전 국민 개개인께 읍소한다"며 "이제는 '내가 손해다', '우리 산업계가 손해다' 이런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 42명 중에는 정당 추천 인사 5명도 포함되지만, 최근 국회 대치 상황으로 인해 아직 위촉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에 여야가 어디 있나. 여야 모두 공기는 마셔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내가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전 세계 비판을 받았다. 단련이 돼 있다"며 "비판은 내가 모두 받겠으니 그야말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미세먼지 감축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우리 기구는 단기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히 시행할 방안 논의에 중점을 두겠다"며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 등 이웃 나라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그 협력이 양국 상호 간에 실질적 이익이 되려면 먼저 국내적으로 미세먼지 배출원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시 주석이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미세먼지 문제를 설명하자 교황이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는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며 환경 문제가 인류의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반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세월 많은 위기를 거쳐왔지만, 그것을 기회 삼아 비상했던 저력 있는 국민"이라며 "비록 지금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분야에서도 명실상부 선진국으로 나갈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다음 달 중 500명으로 이뤄질 국민 정책참여단 구성에 착수해 국민 의견이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의 틀을 갖출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들은 뒤 숙의 과정을 거쳐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기가 오기 전에 정책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세먼지 발생 저감, 피해 예방, 과학기술, 홍보·소통, 국제협력 등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다. 국내외 석학들과 관련 분야에 경륜이 깊은 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자문단도 설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국민께서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기문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의 다짐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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