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설립···자동화 기반 지능형 공장독자 개발한 첨단로봇, 24시간 무인생산IoT 접목 1단계 시범운영···AI 지능화 계획베트남 공장 등 경쟁력 ···대규모 수주 성공 “사업 규모확대···글로벌 넘버원 파트너 도약”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6일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정문으로 들어서자 한화를 상징하는 오렌지 컬러의 건물이 가장 먼저 보인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밭 사이에 자리잡은 이 건물은 방산업체가 주는 딱딱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 눈에 봐도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이 곳은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항공엔진 제작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부품 신공장이다.
신공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목표로 직원 축구장이던 1만1000m²(3310평) 규모의 부지에 세워졌다. 투입된 자금만 약 1000억원이다. 2016년부터 자동화 라인을 신축한 신공장은 미국 GE사의 차세대 엔진 리프(LEAP) 엔진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7년에는 미국 P&W사의 GTF(Geared Turbo Fan) 엔진에 장착되는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 3종과 GE사의 LEAP엔진용 디스크 등을 생산하는 등 첨단 항공엔진의 고부가 핵심부품을 담당하고 있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여유로운 공간 배치에 답답하다는 인상은 없다. 상대적으로 공장 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수도 적었다.
고개를 들어 공장을 둘러보던 중, 뒤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부품을 운반하던 무인운반로봇(AGV)이 사람을 인지, 경고음을 내며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무인운반로봇은 미리 입력된 생산계획에 따라 자재창고에서 자동으로 꺼내진 제품을 정해진 작업장으로 옮기는데, 장애물도 스스로 인지해 멈춰선다.
다른 한편에서는 날렵한 로봇팔이 프로그램된 작업지시에 따라 절삭공정이 끝난 엔진 부품의 표면을 가공하고 있다. 이 공정이 완료되자 대기하고 있던 무인운반로봇이 다음 작업장으로 제품을 이동시켰다.
각 제품에는 비콘이 붙어있다.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치추적이 가능, 공정의 진행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에서 원자재가 도입되면 제품을 부품 규격에 맞게 가공하게 된다. 두께를 맞추거나 홈을 만드는 과정을 터닝과 밀링이라고 한다. 하나의 공정에 60~70여개의 공구가 필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구에서 필요한 공구가 자동 분출돼서 공정을 마치고 다시 원래 있던 창구로 이동하는 기술을 독자구축했다.
공장 자동화는 불량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신공장에는 터닝과 밀링 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가 4대가 마련돼 있다. 이전에는 장비당 3명의 작업자, 총 12명이 필요했지만, 자동화되면서 작업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신공장에는 자동조립로봇과 연마로봇, 용접로봇, 물류이송로봇을 비롯한 첨단장비 총 80여대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작업자가 없더라도, 정해진 공정에 맞춰 계획대로 유연생산시스템(FMS)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실수는 없다. FMS는 설비, 창고, 공정 등이 일원화된 시스템에 의해 작업 계획에 따라 자동으로 투입·완료가 되는 시스템이다.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신공장에서 제작하는 항공엔진 부품은 첨단 항공엔진의 케이스와 엔진 내부 회전부에 들어가는 초정밀 가공품이다.
공장 투어를 맡은 감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장은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니켈·티타늄과 같은 난삭 소재를 정밀 가공해야 하고,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1000분의 1m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며 “이를 위해 각 공정에서는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쉴 새 없는 공정 작업으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다른 공장들과 달리, 신공장의 기온이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작업장 내부는 실내 온도를 21도로 정확하게 유지한다. 온도가 단 1도라도 상승할 경우 금속재료의 미세한 팽창으로 정밀조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감 사업장장은 “신공장을 지으면서 지능화 중심의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보수성이 짙은 항공산업에서 변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웠고 벤치마킹할 롤 모델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IT회사와 협업해 지금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수 있었고, 2018년 4월부터 IoT를 접목한 1단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2단계, 2021년까지 3단계를 추진해 완벽한 스마트팩토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형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부장 상무는 “현재 모든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각 공정 상태와 제품의 위치 등을 3D 시스템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 분석으로 품질불량과 우발적 설비 이상을 사전에 예방하는 AI 지능화 단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첨단 자동화 설비와 지능화된 시스템으로 스마트팩토리의 성공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업체에서도 공장을 방문해 스마트팩토리를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으로 확보된 제조경쟁력을 기반으로 2015년부터 P&W사 GTF엔진 국제공동개발(RSP)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사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아 최근 연이은 대규모 수주에도 성공했다.
지난 1월에는 P&W사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약 17억 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 상당)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했다. 최근 5년간 GE, P&W, 롤스로이스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에게서 받은 수주 금액만 21조가 넘는다.
유동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본부장은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고압터빈 디스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함으로써 대규모 수주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설립돼 정밀기계 분야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항공기와 가스터빈 엔진 등의 생산과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것은 2015년이다.
세부적으로는 ▲항공기용 엔진의 부품 제작·수출하는 LTA사업(장기공급계약)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엔진설계·개발·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RSP사업(국제공동개발) ▲원제작사의 기술 면허권을 획득하고 군수 엔진 생산과 조립에 필요한 국산화 부품을 사내 제작하고 이를 정비하는 엔진 조립·정비사업(군수엔진) 3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항공·방산 부문을 지배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담당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2022년까지 이 부문에 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베트남 하노이 항공엔진 부품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도약 의지를 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창원사업장은 고도화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고부가 제품군 생산과 베트남 공장에 대한 기술지원을 한다. 베트남공장은 가격경쟁력이 요구되는 제품군 생산을 담당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제조 및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항공엔진 부품사 최초로 구축한 스마트팩토리 관련 노하우를 창원사업장 인근 20여개 주요 협력사에 전수하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쟁력이라는 믿음에서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액체엔진 체계조립과 터보펌프 및 밸브류 제작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리호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 우주항공 시대를 여는데 기여했다는 임직원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단형 발사체의 7톤과 75톤급 엔진 품질인증모델을 생산 중에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실제 비행에 사용되는 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엔진 성능 향상 및 경량화 기술개발과 대형발사체 엔진 개발 등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척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0년간 항공 엔진부품 전문 제조회사로서 쌓아온 제조 노하우와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아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기 엔진 제조 시장에서 글로벌 파트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항공엔진 RSP 사업 파트너라는 업계 지위와 스마트팩토리 등의 차별화된 제조경쟁력을 기반으로 GE,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엔진 메이커와 파트너쉽을 더욱 강화해 엔진부품 사업규모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1월자로 ㈜한화로부터 인수한 항공기계사업으로 기존 항공엔진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해 항공엔진 사업을 넘어 글로벌 항공분야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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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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