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싱가포르·美 델라웨어에 법인 설립싱가포르 법인, 운영진 명단에 컨설팅 회사 직원주소지도 컨설팅 회사와 일치···현지 사무실 없어델라웨어 법인, 대리회사 선임···사업 진행 파악 힘들어
10일 <뉴스웨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싱가포르에 ‘4TBF PTE. LTD.’(경영컨설팅)와 ‘SINB PTE. LTD.’(전문디자인업) 2곳, 미국 델라웨어주에 ‘SINB USA. INC.’(전문디자인업) 1곳의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와 미국 델라웨어주는 전형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힌다. 법인 설립과 폐쇄가 용이하고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페이퍼컴퍼니(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 설립도 빈번하다.
이 전 회장의 회사들은 ‘원컴퍼니’ 구조를 갖추고 있다. SINB PTE. LTD.는 4TBF PTE. LTD.가 100% 출자한 자회사이고, SINB USA. INC.는 SINB PTE. LTD.가 100% 출자한 손자회사다. 다시 말해 ‘4TBF PTE. LTD.→SINB PTE. LTD.→SINB USA. INC.’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모회사격인 4TBF PTE. LTD.는 이 전 회장이 100% 소유한 회사다. 올해 4월10일 설립된 이 회사는 ‘Exempt Private Company Limited By Shares(유한책임회사)’다. 싱가포르 창업시 가장 일반적인 회사 형태로, 면세혜택이 높다.
싱가포르 기업청(ACRA)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납입 자본금은 1000만달러(미화 기준, 한화 약 118억원)이고, 발행주식 수는 10000주다. 1주당 액면가는 1000달러(한화 118만원)인 셈이고, 이 전 회장이 전량 보유하고 있다.
회사 구성원으로는 이 전 회장과 싱가포르 국적의 A씨, 한국 국적의 B씨, 한국 국적이지만 싱가포르 영주권자인 C씨, D씨 총 5명이 등록됐다. 싱가포르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최소 1인의 현지이사(싱가포르 국적)와 싱가포르 내 법인 등록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서기(Secretary)도 필요한데, 영주권자이거나 시민권자이면 된다.
싱가포르 국적인 A씨는 현지이사, 영주권자인 C씨와 D씨는 비서를 맡고 있다. 취재 결과, 이들 3명은 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로 실제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4TBF PTE. LTD.의 주소지는 컨설팅 회사의 사무실 주소와 일치한다.
해당 컨설팅 회사 대표는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인원이나 장소를 제공하는 작업을 처리했을 뿐”이라며 “이 전 회장과 직접 통화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싱가포르 법인인 SINB PTE. LTD.의 구조도 석연치 않다. 유한책임회사인 이 회사의 자본금은 200만달러(약 24억원)이고, 발행주식수는 2000주다. 주당 액면가는 1000달러(약 118만원)다. 주식은 4TBF PTE. LTD.가 모두 가지고 있다.
등기이사나 회사 구성원, 법인 등록 주소지 역시 4TBF PTE. LTD.과 동일하다.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SINB USA. INC.는 4월22일 공식적으로 법인 허가를 받았다. 델라웨어주는 법인 설립 시 지역 내 사무실이 없어라도 공식문서나 법원문서를 전달받을 대리인이나 대리 회사를 두면 된다. SINB USA. INC.는 델라웨어 뉴어크에 위치한 법률 서비스 제공 업체를 대리인으로 뒀다. 이 전 회장이 델라웨어주에서 사용할 사무실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델라웨어주는 다른 주보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을 두고 있어, 이 회사와 관련된 정보는 제한적이다. 회사의 사업 진행 과정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우량 법인으로 분류되는 SINB USA. INC.의 자본금 규모는 비공개지만, 수억원대가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행주식수는 100만주이고, 연간 세금은 6029.89달러(약 714만9000원)로 책정됐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공언한 이 전 회장은 올해 1월1일자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창업 아이템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이 전 회장이 차린 3곳 모두 플랫폼 관련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운영진 명단에는 실제 경영과 무관한 ‘구색맞추기’용 인물들이 올라있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이 법인 등록을 한 현지에 정상적인 사무실을 만들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4TBF 사무실을 차린 점으로 미뤄볼 때 해외 법인 설립 의도를 두고 의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델라웨어주가 조세피난처로 불리긴 하지만, 벤처사들의 공격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회사들의 자금 흐름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개인적으로 창업한 부분이라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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