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장관 회의서 “재벌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해외서도 한국 재벌 문제점 노골적으로 지적 비판논란 확대되자 “재벌은 소중한 경제자산, 좋아한다”“정책실장 되면 기업 총수 등 적극적으로 만나겠다”
김 실장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출입 기자단과 한 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보다 재계, 노동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김상조가 왜 정책실장으로 가면 기업의 기가 꺾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항간의 우려를 의식했다.
그는 “공정위가 조사, 제재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소통이) 상당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며 “정책실장이 되면 오히려 재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 총수도) 원하시면 누구라도 만나겠다. 듣고 협의하고 반영하는 데 누구는 되고 안되고를 구분하겠냐”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요청하면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실장은 불과 몇일 전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기업이 부담으로 느낄 만한 글을 올린 셈이다.
김 실장은 1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혁신 사업가들이 포용사회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지난 18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취지로 한 말에 대한 답변이다.
김 실장은 “정부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제한된 정책자원을 그 일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에도 재벌 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거나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4월30일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력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변화되거나 후퇴했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지난 3월에는 해외경쟁당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연설문에서 한국 재벌 구조의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실장은 3월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기조 강연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재벌들의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들의 성장이 한국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벌들로의 경제력 집중은 고용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마저도 방해하고 있다”며 “재벌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조강연 자료 내용이 미리 공개되면서 ‘해외에서 국내 재벌을 비판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것인지 재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내비추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세르비아에서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I like ‘chaebol’)”며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과거·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재벌개혁을 이끌면서 각을 세워왔던 모습과 다른 발언으로 주목되기도 했다.
한편 김 실장은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21일 “공정경제는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누누이 강조했다”며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기업에게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지 않을까 싶다”며 “충분히 듣고 협의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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