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음악 콘텐츠 산업 매출액 ‘5조 8,043억원’] 출처=문화체육관광부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례의 일부만 봐도 엄청나다. 고려대학교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부산에서 팬미팅을 개최한 BTS가 총 4회의 행사를 통해 창출한 경제 효과만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5월 일본서 열린 ‘KCON 2019 JAPAN’ 연계 중소기업제품 수출상담·판촉전시회에서는 참여 기업들이 역대 최대 현장판매액(2억원, 전년 대비 95%↑)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임에도 케이팝의 가능성과 경제 효과는 그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케이팝 산업의 한편엔 과도한 상업화가 빚어낸 그림자도 갈수록 짙어지는 실정이다.
아이돌 그룹이 주류인 케이팝에서 케이팝 스타는 곧 아이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돌 기획사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8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 대상 사업자: 101익스피어리언스, 스타제국, 에이치엠인터내셔날, 와이지플러스, 컴팩트디, 코팬글로벌,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플레이컴퍼니
아이돌 굿즈(good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대부분이 전자상거래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기 때문. 이들은 전자상거래법에서 보장하는 청약철회 가능 기간을 단축하거나 가능 사유를 임의로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청약철회권 행사를 방해했다.
아이돌 굿즈의 주 소비층은 10~20대.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이 같은 행위로 피해를 봤어도 그 사실을 미처 몰랐거나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 사업자의 갑질뿐일까? 각종 응원 도구부터 의류, 피규어, 액세서리,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등 날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아이돌 굿즈들은 가격의 폭도 놀라운 수준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응원봉도 그렇고 엽서 몇 장에 가격이 좀 사악해서 놀랐지만 그래도 갖고 싶어서 샀어요.”
“가끔 직장인도 맘먹고 사야 하는 굿즈가 있는데, 학생들이 용돈으로는 못 살 것 같아요.”
굿즈가 품질 대비 지나치게 고가로 책정되는 것과 관련, 한 아이돌 그룹의 팬덤에서는 ‘너끼돈’이라는 말도 나왔다. ‘너도 끼려면 돈을 내라’는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안 사면 그만인 물건.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소속감·유대감·충성도 등 온갖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들을 외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앨범은 또 어떻고. 버전별 랜덤으로 포함된 포토카드는 경우의 수가 수만 가지에 이르고, 사인회 응모권이라도 걸려 있을 때는 앨범을 상자 째로 사야 그나마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돌 공연, 사은품 등을 내걸고 펼치는 유통업계 등의 지나친 판촉 마케팅도 마찬가지.
오죽하면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
돈 좀 되는 팬덤 장사로 오랜 기간 이어져온 논란은 또 있다. 바로 콘서트 티켓 프리미엄(플미) 문제다.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고가로 재판매하는 이들을 일명 ‘플미꾼’(프리미엄+꾼)이라 부른다.
온라인에서 티켓 거래가 보편화되며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 악질 플미꾼들.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현행법상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단속도 어려웠다. 관련 내용을 담은 ‘경범죄처벌법 개정안’ 등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경찰이 이 문제를 두고 법리를 검토한 결과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이 같은 재판매 행위를 업무방해, 정보통신망침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 단속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쟁 같은 ‘피켓팅’, 이제 수많은 ‘곰손’들도 좌석 구경이나마 해볼 수 있게 될까?
이러한 케이팝 산업의 폐해는 보다 본격적인 범죄 행위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해 SNS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내외국인 150여명을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들은 잡고 보니 이제 막 20대가 된 세 명의 청춘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아이돌 공연장을 다니다 알게 됐고 결국 이 같은 범행까지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 케이팝 아이돌의 앨범, 콘서트 등을 빌미로 팬들의 돈을 가로채는 유사한 사기 행위도 나왔다.
케이팝을 향한 관심으로 시작해 결국엔 범죄 피의자가 되고만 이들. 코 묻은 돈을 노리는 악덕 상술과 과도한 상업화에 빠진 케이팝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 같은 범죄 행위도 그 그늘 한편에 묻힐 수 있을 거라 섣불리 판단했던 걸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외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31%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다수가 ‘북한 관련 이슈’(17.4%) 때문이었지만 바로 다음에 ‘콘텐츠가 지나치게 상업적’(14%)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물론 이익 추구가 우선인 사업을 두고 상업화가 지나치다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케이팝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는 만큼, 세계무대에서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양과 질 모두에 점검과 자정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관심으로 케이팝을 지켜보는 한 사람의 염려를 담아본다.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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