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김해준·고원종·김신 연임 가능성↑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사의 경우 오랜 경험과 안전성을 갖춘 ‘장수 CEO’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대 교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증권사 CEO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증권사는 교보증권, DB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우선, 증권업계 ‘최장수 CEO’ 김해준 대표가 건재한 교보증권의 경우 김 대표의 6번째 연임이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다. 지난 2008년부터 무려 11년째 교보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탁월한 리더십 외에 실적 부분에서도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할 기세다.
교보증권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 1조2567억원, 영업이익 959억원, 순이익은 7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1%, 14.4%, 9.9% 증가한 수치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5년 기록한 순이익(789억원)을 넘어 사상 최초의 순이익 800억원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대표는 11년이라는 재임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숱한 위기 속에도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고 매년 흑자를 거둔 만큼 갑작스런 사령탑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원종 대표는 2010년부터 10년째 DB금융투자를 이끌어 온 ‘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일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고 대표는 부실자산 관리와 기업공개(IPO) 등으로 실적 견인에 주력해 왔다.
고 대표는 임기기간 동안 실적 부침과 동부대우전자 인수 관련 검찰조사 및 노조 탄압 등 회사 안팎의 각종 논란에 휘말린 바 있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DB금융투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154억원)보다 310% 급증한 631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86억원으로 집계됐다.
고 대표는 올해 ‘성장성 특례상장제도’로 IPO 틈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호 성장성 특례상장을 주관하면서 수수료와 신주인수권 평가차익 등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진 중인 두 번째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해당 분야 전문 주관사로서 상징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는 2012년부터 8년간 대표직을 수행했다. ‘증권 전문가’로 알려진 나 대표는 2016년, 2018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자산관리, 투자금융(IB)부문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해 왔다. 특히 꾸준한 브로커리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740억원, 1159억원, 140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나 대표는 올해 초 IB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실적 감소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7.9% 감소한 917억원으로 집계됐다.
SK증권 김신 사장의 연임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 사장은 2014년부터 SK증권 사장을 맡으며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SK증권 대주주가 사모펀드 J&W파트너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대표이사 등을 거쳐 현재 SK증권 사장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대표적인 ‘증권 전문가’이다.
또한 SK증권은 증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이 303억원으로 전년 대비(67억원) 무려 350% 증가하는 등 실적 부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 4349억원, 영업이익은 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304% 증가했다.
다만, SK그룹 내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김 사장은 내년 인사가 새 대주주인 J&W파트너스가 실시하는 첫 인사인 만큼 ‘깜짝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의 재건을 이끈 서명석 대표는 2014년 취임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 내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실적 개선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온 인물이다.
서 대표는 2017년 내내 분기 순익 증가로 동양 사태를 완벽하게 극복한 데 이어 지난해 사명 변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1047억원으로 전년(707억원)보다 48% 늘어났다. 이를 발판삼아 동양증권 시절 ‘BBB-’까지 떨어졌던 신용등급도 지난해 ‘A+’로 회복됐다.
앞서 한국 초대 수장을 맡았던 황웨이청 전 대표는 유안타증권의 사업을 본궤도로 올려놓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초 본사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성장세는 다소 주춤하면서 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한편, 각각 올 연말과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미래에셋대우 트레이딩총괄 마득락 사장과 IB총괄 김상태 사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IB와 트레이딩 총괄조직을 신설하고 마득락 전 WM사업담당 대표를 트레이딩 총괄 사장으로, 김상태 전 IB1부문 대표를 IB총괄 사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주요 사업 대표로 전면에 나선 두 사장은 취임 이후 IB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미래에셋대우 상승세의 ‘1등 공신’이 됐다.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누적 연결재무제표 기준 IB 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2498억원, 2073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5753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출(영업수익)에서도 IB(6406억원)와 트레이딩(13조6667억원)은 자산관리(6895억원)와 더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두 사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교체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총괄직제를 야심차게 신설한 만큼 수장 교체보다는 지금보다 더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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