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 15년만에 회장직서 물러나 친동생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에 경영승계가족회의서 경영능력·해외성과 등 적임자 팡겨‘오너4세’ 등판론도 있었으나 주주들 ‘시기상조’
GS그룹은 3일 허창수 회장이 사장단회의에서 지난 15년간 그룹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며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허태수 부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G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대한 공식 승계는 절차에 따라 내년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GS그룹은 내년 새해부터 그룹 전반의 사업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회장직 업무 인수 인계를 위한 제반 준비를 해 나갈 계획이다.
허창수 회장은 내년부터 GS 회장 대신 당분간 GS건설 회장으로서 건설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 놓음으로써 신임 회장이 독자적이고 소신있는 경영활동을 펼 수 있게 배려했다.
다만 GS 명예회장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해 나갈 예정이다. 또 허창수 회장은 40년 넘는 경영 활동으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GS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도울 계획이다.
이번 승계는 허창수 회장이 이전부터 사임 의사를 표함에 따라 주주들간에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주주들간 합의를 거쳐 신임 회장에 최종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의 당초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다. 하지만 올해 71세로 비교적 고령인 탓에 경영퇴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홍’자 돌림의 경영 4세들이 잇따라 ㈜GS 지분율을 높이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허세홍·허준홍 등 4세 거론됐지만 경영능력 검증 더 필요 판단 = 차기 후계자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도 거론됐지만 재계 순위 8위의 대기업을 이끌기에 경영능력 입증이 덜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태수 부회장이 차기 총수로 선임된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태수 부회장은 허창수 회장 친형제 중 가장 젊고, 탁월한 사업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957년생으로 올해 63세인데, 최소 5년 이상 그룹을 이끌며 4세 승계가 이뤄지기까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허창수 회장과 허태수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 3남인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아들들이다. 허준구 전 명예회장은 허창수 회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진수 전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총 5형제를 뒀다.
2004년부터 15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GS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도전과 혁신, 투자’ 등을 꼽아왔다. 그는 2015년 9월 열린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변화와 혁신으로 지속성장해 100년 이상 장수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에도 “끊임없는 도전과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매분기 실시하는 임원모임이나 사장단회의에서 허태수 부회장이 이끄는 GS홈쇼핑을 모범 사례로 꾸준히 꼽았다. 그룹의 추구하는 방향을 GS홈쇼핑이 선도적으로 밟아왔다는 이유에서다.
허창수 회장은 GS홈쇼핑이 업무 연관성이 높은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고 있고, 간접 투자까지 포함한 전세계 투자 스타트업 수가 500여개에 이르며 총 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4분기 임원모임에서도 GS홈쇼핑이 스타트업과 상호 협력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너지 확산과 함께 미래성장을 위한 역량을 쌓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며, 타 계열사들이 본받기를 당부했다.
◇GS 차기총수 허태수 GS홈쇼핑 이끌며 경영능력 입증 = 허태수 부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등 금융계에서 일하다 2002년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GS홈쇼핑 경영기획부문장 상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0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2015년이다. 그는 약 17년간 GS홈쇼핑을 이끌고 있다.
특히 허태수 부회장이 GS홈쇼핑 대표에 오른 당시는 홈쇼핑 시장이 포화된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취임 2년 만인 2009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GS홈쇼핑은 업계 1위로 도약했다.
GS홈쇼핑의 해외사업 진출도 허태수 부회장의 성과로 꼽힌다. 그는 2003년 해외사업팀을 신설하며 글로벌 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또 GS홈쇼핑 창립 20주년인 2014년 유통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설립,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GS그룹 사장단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 직접 설립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미 성공사례를 가진 허태수 부회장이 최고 적임자로 꼽힐 수밖에 없다.
더욱이 GS그룹은 타 그룹과 달리 장자계승, 형제경영 등 경영권 승계원칙을 정립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장 안팎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허태수 신임 회장의 취임은 그 동안 허창수 회장이 추진해 온 ‘밸류 넘버 원(Value No.1) GS’의 가치를 계승하는 한편, GS가 출범 이후 이룩한 성과에 머물지 않고 다가오는 환경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추진력으로 삼아 GS그룹의 미래성장 동력 발굴과 지속 성장의 모멘텀 찾기에 가속도를 붙여 제2의 도약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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