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 노사, 오늘 '운명의 사후조정'···파국 막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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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오늘 '운명의 사후조정'···파국 막을 마지막 기회

등록 2026.05.18 08:21

정단비

  기자

총파업 사흘 전 중노위 재개정부 중재 속 긴급조정 압박노조 "후퇴안이면 합의 없다"

일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일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공개 사과와 대표교섭위원 교체 이후 처음 열리는 공식 대화의 장인 만큼, 장기화된 노사 갈등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의 이번 사후조정 재개는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사흘 전 이뤄지는 협상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중노위에서 사후조정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미 한 차례 사후조정 절차를 거친 바 있다. 양측은 11~13일에 걸쳐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결렬됐다. 특히 2차 회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전 2시50분까지 밤새 마라톤 협의를 거쳤음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사후조정 재개가 앞선 협상과 다른 점은 사측이 한층 낮아진 자세로 노조측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총파업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상태다.

사측은 사후조정 결렬 이후에도 노조측에 재차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지난 1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조측에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등 DS부문 사장단의 경우 노조 사무실이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기도 했다.

노조측에서는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 안건이 있어야 한다"며 조건부 대화를 내걸었다.

노사 양측의 얽혀있는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그룹의 총수인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해외 일정을 소화하던 중 사태 수습을 위해 일정을 급히 변경해 귀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회장은 이어 "노조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정부도 적극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16일 양일간에 걸쳐 삼성전자 노조측과 경영진을 각각 만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은 대표 교섭위원 교체 등 노조의 면담 조건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측은 이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섭대표위원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또한 이날 열리는 사후조정에는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참관하기로 했다.

노조 역시 이 회장의 사과와 사측의 교섭위원 교체 후 한발 물러나 사후조정 재개에 참석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16일 "(이재용) 회장님의 사과 내용도 확인했다"며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총수의 등판과 정부의 중재에 노사 양측이 재차 대화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입장차가 첨예했던 만큼 이번 사후조정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양측이 갈등을 겪게 된 핵심은 성과급 보상 방식이다.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명문화하자는 얘기다. 특히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에서는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왼쪽 여섯 번째)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왼쪽 여섯 번째)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다. 총파업까지 약 사흘가량 남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자리가 마지막 타결 시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사측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언급을 지렛대 삼아 압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이번 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를 이끄는 최승호 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 이후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오늘 여명구 피플팀장 요청으로 비공식 미팅을 진행했고 사후조정안보다 후퇴된 안을 납득할 수 있냐고 했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18일 사후조정에서도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시사하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며 "긴급조정 및 중재로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사후조정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도 높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후조정 재개에 대해 "정부는 이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대한민국 수출의 22.8%,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인 삼성전자의 이런 손실은 대한민국 경제에 큰 부담과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 역시 김 총리의 긴급조정권 언급에 대해 "오늘 총리께서 말한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고 힘을 실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또한 "노사가 사후 조정을 재개해 다시 한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기로 한만큼 정부는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긴급조정 발동시 해당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중노위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30일간의 냉각 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노위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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