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갑질 꼬리표 조 전 부사장과 동맹 오너일가 감시 기능 유명무실, 명분까지 잃어그룹 호텔사업부 경영 전략 견해차 여전해‘수익률 극대화’ 사모펀드 민낯 비난 불가피
이번 ‘3자 동맹’의 최대 수혜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KCGI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매입을 통해 경영 참여 선언을 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도덕성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갑질’ 등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해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땅콩 회항’의 주역인 조 전 부사장을 겨냥해 왔지만, 돌연 태도를 바꾼 것.
결국 KCGI가 ‘적과의 동침’을 택하면서 수익률 극대화에 집중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민낯을 드러냈다. 더욱이 비주력사업인 호텔사업부문을 둘러싼 견해차가 극명한 만큼 명분에 이어 실리까지 잃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KCGI는 지난달 31일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KCGI의 지분율은 종전 17.29%에서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8.28%) 지분을 포함해 총 32.06%로 높아졌다.
이날 KCGI는 반도건설 및 조 전 부사장 이름이 들어간 공동 성명서를 통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3자 동맹은 KCGI가 그간 꾸준히 주장해온 전문경영인 체제 등 개선 방향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차례로 공감하면서 체결됐다. 이른바 ‘반(反) 조원태’ 지분율이 급증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에 남매간 대결 구도가 본격 형성됐다.
이번 동맹으로 KCGI는 다음달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작년 주주총회에선 완패했지만 조 회장과 맞설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만큼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경제하겠다는 명분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한진그룹에 ‘갑질 오너일가’라는 꼬리표를 붙인 장본인이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달 만에 물러났다. 막내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 사건’으로 또 한번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에 KCGI는 작년 1월 “한진그룹 주식 저평가 이유는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 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해 6월에는 “총수일가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들이 만연하다”며 “오너 일가의 갑질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잔재와 비효율의 문제가 잔존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KCGI는 대한항공의 경영실패 요인으로 호텔과 부동산 사업을 지목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를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 지휘했던 인물이 조 전 부사장인 만큼 경영 방향을 둘러싼 극명한 견해차가 돋보인다. 이 때문에 전 부사장과 공조한 KCGI가 그간 내세운 명분에 이어 실리마저 잃을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KCGI 측은 “한진그룹, 특히 적자를 지속적으로 안기는 호텔업 등 비수익 사업의 정리가 필수적”이라며 “칼호텔 네트웍스의 부진과 진에어의 국토부 제재 등 때문에 경쟁사들이 성장할 때 매출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CGI 측의 지적을 수용하며 기업개선 작업을 준비해 온 조 회장이 위기에 몰리게 됐다. 증권가에선 조 회장이 올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반(反) 조원태 연합’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KCGI, 반도건설의 연합(반(反) 조원태 연합)에 의해 조원태 회장이 이사 연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반(反) 조원태 연합의 지분율은 32.06%인 반면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28.14%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 측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영권 참여 의지가 없다고 밝힌 카카오의 지분을 조원태 측 지분에서 제외할 경우 양측의 지분 격차는 0.38%포인트에 불과하며, 기타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소액주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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