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우리은행 서울연수원 첫 출근 업무보고 받으며 안정화 방안 모색‘DLF·라임 사태’ 해결책 마련 시급“조직 내 현안 단기극복이 첫 임무”
18일 우리금융과 금융권에 따르면 권광석 행장 내정자는 전날부터 우리은행 서울연수원에 마련된 임시집무실에 출근해 인수인계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행장으로 선임될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약 한 달간 그룹장·사업단장 등 임원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앞으로의 경영 방향을 구상할 계획이다.
2년 만에 우리금융으로 출근한 권광석 내정자는 “현재 여건에서 우리 조직이 직면한 여러 현안을 단기에 극복하는 게 첫 번째 임무”라는 소감과 함께 업무에 돌입했다.
사실 행장 내정자가 5주 이상 일찍 출근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룹 내부 출신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행장 내정자는 취임과 함께 또는 그 전에 1~2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은행 임원과 대면한다.
여기엔 2년간 그룹과 떨어져 있었던 권 내정자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려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양쪽을 오가며 업무를 살피도록 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측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부문은 아직 그의 후임자를 정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은행이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DLF 사태’와 관련한 기관제재가 다음달초 확정될 예정이며 ‘비밀번호 도용’ 사건으로도 감독당국의 징계 대상에 오를 수 있어 신임 행장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라임 사태 역시 시급한 현안으로 지목된다. 1조원대 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펀드 판매액이 금융회사 중 가장 많은 3577억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 내정자는 이러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면접 당시 소비자 중심 경영을 통한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위험가중자산 관리,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한 경영 효율화 등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그룹 수장’이자 ‘현직 행장’인 손태승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된다. 이미 손 회장은 지난 14일 은행 임원과 전국 영업본부장이 모이는 자리에 권 내정자를 깜짝 초청해 조직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손 회장은 “권 내정자를 중심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자”고 주문했고, 권 내정자는 “손 회장을 도와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는 전언이다.
동시에 권 내정자는 본부장과 임원들을 향해선 “조직에 대한 열정과 주인의식이 필요한 때”라면서 “모두 하나가 돼 잘 해쳐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외부에서 제기된 두 사람의 갈등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새롭게 은행을 이끌게 된 권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권 내정자로서도 손 회장의 도움이 절실한 입장이다. 우리금융이 그룹 인사규정을 바꾸면서 회장 승인 없인 내부 인사가 어려워진데다 새롭게 도입한 사업부문제로 지주의 계열사 관리 기능도 강화돼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수인계 기간에 손 회장과 권 내정자가 별도로 면담을 가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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