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리실리콘까지 15% 관세···중국계 우회 공급망도 정조준미국 생산 한화는 관세 회피···OCI는 비중국 프리미엄으로 돌파탈중국 기회 커졌지만 관세·세액공제 축소가 수익성 변수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이어 폴리실리콘 등 핵심 소재까지 규제하면서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중국산 완제품뿐 아니라 중국 기업이 동남아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구조까지 겨냥한 것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춘 국내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한 한화솔루션과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베트남 웨이퍼를 앞세운 OCI홀딩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같은 탈중국 전략이라도 두 회사의 셈법은 다르다.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한화솔루션은 관세 장벽을 비켜갈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OCI홀딩스는 관세 부담을 떠안는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수입 폴리실리콘과 이를 사용한 태양광 제품에 15% 관세와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값싼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미국 내 생산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규제는 이미 중국을 넘어 동남아로 번졌다. 미국 상무부는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산 태양광 셀과 모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에 생산시설을 세워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는 한발 더 나갔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수준을 넘어 중국계 공급망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태양광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싼 제품을 공급하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산 소재를 배제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을 앞세워 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 완전 가동 시 잉곳·웨이퍼·셀을 각각 연간 3.3GW, 모듈을 3.5GW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돌턴 공장의 모듈 생산능력 5.1GW를 더하면 올해 3분기 말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8.6GW에 이른다.
핵심은 생산능력보다 생산 지역이다.
미국이 수입 폴리실리콘과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직접적인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고 미국산 제품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한화솔루션이 구축한 현지 생산망의 가치가 커지는 구조다.
다만 미국 생산이 곧바로 실적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높은 제조비용을 감안하면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여전히 관건이다. 관세와 세액공제 효과를 모두 감안한 뒤에도 고객이 한화솔루션 제품을 선택할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OCI홀딩스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OCI테라서스에서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비금지외국기관(Non-PFE) 웨이퍼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미국의 중국계 공급망 배제 움직임은 OCI홀딩스에 기회다. 미국 고객 입장에서는 중국 등 금지외국기관(PFE)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품을 피해야 세액공제 등 정책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단계부터 중국계 공급망에서 벗어난 제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OCI홀딩스는 올해 2분기 미국 신규 고객사와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OCI테라서스의 연간 3만5000톤 생산물량이 사실상 모두 계약됐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7만톤으로 늘리고 베트남 웨이퍼 생산능력도 11.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OCI홀딩스에는 한화솔루션에 없는 약점이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폴리실리콘을 미국에 들여오는 만큼 이번 15%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산이 아니라는 점은 강점이지만 미국산은 아니라는 한계가 남는다.
결국 OCI홀딩스의 승부처는 비중국산 소재에 붙는 프리미엄으로 관세 부담을 얼마나 상쇄하느냐다.
미국 고객이 중국계 공급망을 피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한다면 가격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비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프리미엄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세는 고스란히 수익성을 깎는다.
미국의 규제 강화가 국내 태양광 기업에 기회인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이 빠진 자리를 한국 기업이 그대로 차지하는 구조는 아니다.
중국 본토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동남아 생산기지도 규제 대상에 오르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업체와 비중국 수입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만큼 시장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를 피하는 전략이다. OCI홀딩스는 비중국산 소재로 미국 고객의 공급망 요구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둘 다 중국을 피해왔지만 수혜를 얻는 방식은 정반대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산이라는 지위를 활용해야 하고 OCI홀딩스는 비중국산이라는 희소성을 가격으로 연결해야 한다. 미국의 규제가 강해질수록 '탈중국'이라는 공통점보다 미국 현지 생산 여부와 가격 전가 능력의 차이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더 큰 변수는 미국의 태양광 수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막고 자국 내 제조시설을 늘리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2026년 7월 이후 착공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7년 말 이후 청정전력 생산·투자세액공제(45Y·48E)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태양광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라고 하면서 태양광 발전소에는 지원을 줄이는 셈이다.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 모두에 양날의 칼이다. 중국산 공급망이 밀려나면 두 회사가 공략할 시장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태양광 발전 투자가 둔화하면 모듈·웨이퍼·폴리실리콘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공급망 재편 속도와 태양광 발전 수요의 유지 여부가 국내 기업의 실제 수혜 규모를 가를 전망이다.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규제 강화는 국내 기업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중국산이 아니면 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OCI홀딩스는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의 희소성을 가격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세와 세액공제, 공급망 규제를 모두 반영하고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을 만들어내느냐가 최종 승부처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에 빗장을 걸면서 국내 기업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 문을 통과할 기업은 단순히 중국을 피해간 기업이 아니라, 중국산보다 비싸도 미국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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