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만간 이사회 열고 유증 결의한진칼, 부족한 현금 채우려 증자 불가피조원태, 3자배정 신주발행 지분 대폭확대3자연합, 주담대 상환·주가 급등 악재 휘말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유상증자 등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에 대해 “검토 중인 사안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상증자를 확정한 분위기다.
유상증자 규모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된다. 또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앞서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이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현금 마련이 시급해졌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62%(우선주 포함)를 보유한 모기업이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정물량을 최대한 소화해야 한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한진칼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523억원이다.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 1370억원까지 더하면 총 1983억원을 동원할 수 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규모를 최소 수준인 5000억원으로 가정하면, 한진칼이 투입해야 하는 금액은 1500억원이다. 표면적으로는 보유 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과 사채가 1981억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 차입이 필수적이다.
한진칼 역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진칼은 정관에 따라 발행주식수의 30% 범위 내에서 유상증자가 가능하다. 최대 1775만1137주를 신규 발행할 수 있다. 현 시세를 고려할 때 1조원을 웃도는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감소한다. 현재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잠재적 우군까지 포함해 41.80%로 파악된다. 유상증자 최대 한도인 30%에 맞춰 신주를 발행한다면, 지분율은 약 9.65%포인트 줄어든 32.15%가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 주주는 현재 총 42.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라 지분율은 32.88%로 떨어지지만, 조 회장 측을 0.7% 가량 앞선다.
핵심은 제3자배정으로 등장하는 새 주주다. 한진칼은 기존 주주가 아닌, 새로운 투자자를 지정해 신주를 인수하도록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아군이 될 투자자를 제3자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새로 발행된 주식(23.08%)이 모두 조 회장 편으로 잡히면서 우호지분은 약 55%로 늘어난다. 3자 연합과의 지분격차는 22%포인트가 넘는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금액에 맞게 증자한다면 지분 변동폭은 낮아진다. 신주 10%만 발행할 경우 조 회장 측 지분(제3자배정 포함)은 47.08%, 3자 연합은 38.86%로 추산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3자 연합이 이르면 7월께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이사회 진입 등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다면 표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경영권 분쟁 기대감으로 한진칼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된 점은 부담이다. 전날 기준 종가는 8만6500원으로, 올 초 3만9950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장중 11만원을 돌파했다.
KCGI는 ㈜한진 지분 6.97%를 팔아 총 259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이 자금을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활용할 것으로 추측한다. 주담대 연장이 힘들다는 의미로, 유동성 경색 우려가 나온다.
반도건설은 주식 매입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약 한 달째 한진칼 지분 확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다만 한진칼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3자 연합이 유상증자 방식이나 과정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 회장은 제3의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야 한다. 한진칼 주가 급등으로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6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고평가된 금액이다. 웃돈을 내고 주식을 받으려는 투자자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적극적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금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조 회장은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의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을 챙기면서 경영권 방어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