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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마른 돈줄에···알짜자산 줄매각 한다

조원태 회장, 마른 돈줄에···알짜자산 줄매각 한다

등록 2020.04.13 16:34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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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 81% 위축···1분기 적자순환휴직·급여반납에도 현금소진 빨라더딘 정부 지원···추가자산 처분 불가피‘사업 연관성’ 낮은 출자지분 정리도 가능

한진그룹이 종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가 매각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한진그룹이 종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가 매각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종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매각에 이어 추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 리스크로 현금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이용한 항공여객은 총 346만3578명으로, 전년 동기 1862만9605명과 비교할 때 81.4% 축소됐다. 올 들어 3월까지 1분기 누적 여객수는 3366만4320‬명으로, 40% 넘게 줄었다.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도 여객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대한항공이 실어나른 여객수는 55만명을 밑돌았다. 작년 3월보다 80.5% 위축된 수치다. 특히 국제선 비중이 높은 인천공항은 여객수가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통상 1분기는 3분기와 함께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 초 불거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국가간 여행금지와 제한 조치 등으로 국제선 운항이 잇따라 중단됐고, 소비심리도 크게 저하됐다.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 145대 중 100여대를 주기장에 세워두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13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보이콧 운동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줄줄이 영업손실을 낸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그룹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실적악화는 한진칼과 계열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자 대한항공은 전 직원의 70%를 대상으로 6개월간 순환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임원은 이달부터 급여의 30~50%를 반납한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위기를 타개하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월 손실은 약 1000억원이었지만,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매달 6000억원이 사라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60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외부에서 현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ABS는 항공권 판매로 낸 수익을 가정해 돈을 빌리는 것인데,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 ABS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추가 지원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정부에 신용지급 보증 등을 요청했다. 정부가 만기하는 회사채를 보증해주고, 현금 조달을 원활하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5000억원 규모이고, 이달에만 24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차환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무담보 저리 대출과 자금지원 등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항공업 추가 지원책을 신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이 잡히지 않았고, 지원책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현금이 유입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김석동 이사회 의장의 주도 아래 이사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코로나19 등에 대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구체화된 계획은 없지만,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한진칼 주총이 끝난 이후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가적인 유휴자산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칼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처분하기로 했다.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정석기업이 인천 정석빌딩을 처분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정석기업은 앞서 부산 정석빌딩을 매각한 바 있다. 신관과 본관으로 이뤄진 인천 빌딩은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한진그룹 소유 호텔의 추가 정리 가능성도 있다. 미국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사업성 재검토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이 외에도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호텔(하와이)이 처분 대상으로 거론됐다. 제주도에 몰려있는 제주KAL호텔과 서귀포KAL 호텔 중 한 곳을 매각할 수 있다.

골프장 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제동레저는 지난해 매출 599만원, 영업손실 2534만원을 기록했다. 사업성이 낮아 처분 대상 목록에 올라있다. 보유 부동산은 장부가 기준 284억원이고, 시세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다.

㈜한진은 강남택배와 원주택배, 광양지점 및 사택 등의 부동산을 매각해 13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부산 범일동 토지를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

㈜한진이 선제적으로 결정한 타법인 투자 지분 정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한진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융, 아이에스커머스, 포스코 등 출자지분을 매각해 140억원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등도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업체에 단순투자한 지분 중 일부 처분이 가능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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