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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개미 투자 장벽 높아졌다···업계 “ELW 꼴 날라”

원유개미 투자 장벽 높아졌다···업계 “ELW 꼴 날라”

등록 2020.05.18 14:17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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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발표 기본예탁금 제도 도입, 투자자 진입장벽 높여2010년 ELW 사태와 닮아, 고사위기 재현 우려원유 투기판 막을 유일한 조치 긍적적 시각도 금융당국 “조정 불가피, 중장기 발전할 것”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당국이 변동성 장세에 투기 수요가 몰린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 강력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본 예탁금 납부 등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대폭 높인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당장의 투기 광풍은 잠재울 수 있겠지만 유동성이 크게 줄면서 과거 ELW(주식워런트증권) 사태처럼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유 투기판을 막을 유일한 조치로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시행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완화된 규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나온다.

18일 금융위는 과도한 투기적 수요 억제, 괴리율 관리의 효율성 제고, 다양한 ETN 출시환경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한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변동장이 연출되면서 고위험 상장지수상품(ETP)에 ‘묻지마식’ 투기 수요가 몰리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증권업계는 기본 예탁금 제도 도입에 가장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레버리지 ETP에 투자하려면 기본 예탁금 1000만원도 내야 한다. 기본 예탁금은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계좌에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돈이다. 투자 손실에 대응할 자본 여력이 없는 투자자를 걸러내는 기능을 하는 데, 투자자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셈이다. 현재 선물·옵션(1000만원)과 ELW(1500만원) 거래 등에 도입돼 있다.

문제는 이번 규제가 2010년 ELW 시장 건전화 개선 방안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2005년 국내 도입된 ELW 시장은 거래 규모 기준 세계 2위에 오를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스캘퍼(초단타매매 거래자) 불공정거래 등을 막기 위해 예탁금(1500만원)을 설정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2010년 약 43조원에 달했던 월 거래대금은 2012년 2조원대로 급감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조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당장의 투기 광풍은 막겠지만 ELW 시장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TF·ETN은 개인들도 기관 투자자처럼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인데, 기본 예탁금 설정으로 투자 진입이 제한될 경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입 규제가 없는 해외 레버리지 ETP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 창출을 위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기성 ETP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강화는 적절한 방향이지만 특정 ETP(원유 등 파생상품 ETP)뿐 아니라 전반적인 레버리지 ETP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구조적&장기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국내 ETF 시장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ETF 시장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규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ETN 출시 환경 조성에 주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ETF와의 과열경쟁 방지를 위해 제한한 코스닥150·KRX300 등 국내시장 대표지수의 ETN 출시를 허용한다. 해외주식 직접 투자수요 흡수를 위해서 투자자 외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개발이 가능하도록 기초지수 구성요건도 완화한다. 이는 해외 레버리지 ETP상품으로 눈길을 돌린 투자자들까지 사전에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과도한 투기 수요를 막을 유일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전문 투자자를 제외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상품개요 및 특성, 거래방법, 파생형 ETP의 내재위험 등의 내용을 담은 온라인 교육 의무화 방안은 적절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순자산가치가 ‘0’에 가까워진 ETP 상품의 액면병합제도 도입도 반기는 분위기다. 운용상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시장 기능을 바로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액면병합을 하면 실제 가치 변동은 없지만 액면가(주가)가 높아져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법령 개정과 전산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완화될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번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시장 조정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과도한 투기적 수요가 쏠려 있는 부분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일정 부분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전반적 사안들을 감안해서 만든 대책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안전한 자산관리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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