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서울시 ‘송현동 땅 갑질’에 권익위 신고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 촉구’ 기자회견.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대한항공이 종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을 사실상 무산시킨 서울시에 맞서 강경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가 강행하는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화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 권고를 구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자사 소유의 송현동 일대를 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매각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의 중단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총 15개 업체가 입찰 참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추진 계획을 공포했고, 결국 10일 이뤄진 제1차 입찰에서 단 한 곳의 업체도 참가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주장하는 도시계획시설결정 시도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개별적 필요성과 공공성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송현동 인근에는 무수한 공원이 있고, 서울시의 공원 조성은 대한항고의 기존 활용 방안과 유사하기 때문에 필요성과 공공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현금보유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미집행 공원 수용을 위해서는 올해 1조9964억원, 2021년 이후에는 14조9633억원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분할 지급을 계획하고 있는데, 토지보상법상 일괄보상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아울러 서울시가 공사 착수 시기를 조정해 보상금 지급시기를 2022년 이후로 늦출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긴급 유동성 확보에도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초 입찰 의사를 밝힌 업체 모두 서울시의 공원 계획 발표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결국 입찰 불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과 지급시기(2022년)은 적절하지 않고,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조건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담아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계획한 대로 2차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녹록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송현동 부지 매각 진행과는 별도로 서울시와는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실히 협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