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 둘러싼 지분 확보 경쟁 ‘재점화’3자연합,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워런트 매수조원태 회장, 주식 담보로 200억 현금 마련업계 “워런트 매수로 경영권 방어 나설 듯”
조원태 회장이 받은 200억원의 활용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3자 연합에 맞서 신주인수권 매수에 나서기 위해 현금 확보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주인수권을 둘러싼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재점화 되자 본주인 한진칼 주가가 하락하는 사이 신주인수권인 ‘한진칼 3WR’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만약 조 회장까지 워런트 매수에 나설 경우 신주인수권의 몸값은 지금보다 더 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진칼은 자회사인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초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을 발행했다. 이번 BW의 표면이자율은 연 2%, 만기이자율은 연 3.75%로 만기일은 3년 뒤인 2023년 7월3일이다.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채권은 지난 3일, 워런트는 16일 각각 상장됐다.
BW발행으로 전체 유통주식수의 5.79%가 새롭게 늘어나면서 주식 전환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은 한진칼이 발행한 워런트 120만주를 공개매수한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반도개발은 내달 12일까지 신주인수권을 각각 80만주, 40만주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신주인수권의 3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당 매입가격은 시가보다 높은 2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1만5751원)에 58.72%의 프리미엄이 적용됐고, 매수공고일 이전 5영업일의 평균가(2만2084원)에 13.20%의 할증율이 붙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과 사채로 분리해 거래할 수 있는데 KCGI와 반도건설 측이 이 중 신주인수권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개 매수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연대해 만든 ‘3자 연합’은 기존 한진칼 지분율 45.23%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3자 연합 측은 예상했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BW를 매수하지 않았다. 현재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1.80%로 파악되는데, BW 발행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분율은 39.39%로 내려앉는다. 즉 3자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는 기존 3.4%포인트에서 6%까지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3자연합 측이 신주인수권 120만주 공개매수를 결정하자, 조 회장은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을 차입했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지난 16일 농협은행으로부터 자신의 한진칼 주식 70만주(1.18%)를 담보로 2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자율은 2.25%, 담보유지비율은 120%다. 계약 기간은 내년 7월16일까지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대출 사유에 대해 “개인 지분 담보부 대출이므로 용도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주인수권 매입을 위한 자금조달이 유력하다. 워런트 가격 2만5000원을 기준으로 80만주를 확보하면 3자 연합 공격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주인수권증권 매수는 공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원태 회장이 받은 200억원의 활용처는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6일 상장된 한진칼 워런트 ‘한진칼3WR’은 전날 종가 기준 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 당시 이론가(1만5751원)보다 약 46%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한진칼 주가는 9만7400원에서 8만7200원으로 11.7%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신주인수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조 회장 측이나 3자연합 측 모두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것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더 급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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