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높아진 동학개미 눈치, 관련법 발의 봇물“정부는 눈치만, 정치권 관심은 票心에만” 비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가 더 필요, 美 ‘징역 20년’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일단 여느 때보다 증시에서 존재감이 커진 동학개미 편을 드는 모양새다. 정치권 역시 개미편을 들고 있다. 표를 의식한 나머지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즉 정부와 정치권이 동학개미 인기에 편승해 공매도만 때려잡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금지를 포함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시의무 등을 강화해 공매도 악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유상증자 혹은 사업보고서 보고나 공시규정에 따른 공시사유가 발생했을 시에 차입공매도가 금지됐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간 불법 공매도로 취하는 부당이익은 큰 반면 처벌 수위는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 법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증시 안정을 위해 한시적인 주식 공매도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법안과 관련해서는 야당 인사 역시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의 김태흠 의원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투기적 공매도로 인한 공정한 가격형성 저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정치권 역시 ‘공매도 금지’와 관련된 거센 의지를 보이자, 지난 3월에 시행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연장 가닥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자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9월15일까지 6개월동안 한시적으로 금지시켰다.
사실상 이번 공매도 금지 연장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공매도 금지기간을 6개월로 설정했고, 6개월 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라는 여지를 남겨놨다는 것이다.
일단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 카드를 당분간 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도 다시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다. 주가에 과도하게 거품이 끼는 것을 막아준다. 일각에서는 굳이 공매도가 아니어도 주식시장은 어차피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자정 기능’ 있다며 전면 폐지 필요성을 강조한다. 일부 증권가에서도 지금 다시 공매도를 재개한다면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개미투자자의 표심 잡기에만 관심 있어 보이는 ‘정치권의 공매도 때리기’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들 인기에만 영합하고 제멋대로 간섭하면 언젠가는 탈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매도 금지 연장과 불법 공매도 강력 처벌을 주장해 개인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매도 금지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때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매도 금지보다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 처벌은 과태료나 주의 처분에 그쳐 외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그 강도가 낮다. 실제 미국은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 프랑스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징역 등 형벌 부과와 영업정지까지 가능한 고강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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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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