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10억→3억 하향···거센 반발연말 대규모 ‘매물 폭탄’에 증시 충격 우려김병욱 의원 “대주주 자격 완화 유예해야”이재명 지사 등 정치권도 ‘재검토’ 움직임
청원인은 “한국경제 규모로 봐도 주식 3억원 보유로 대주주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600만 주식투자자도 반대하고 금융위원회와 여당 의원까지 모두 반대하는데도 오직 기재부만 독불장군 고집불통으로 3억원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학개미들의 뿔난 민심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관련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야당에서도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을 막기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주주 요건 하향 유예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에서는 2023년부터 모든 주식거래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되는 만큼, 그때까지는 대주주 요건 하향을 유예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식시장 또는 주식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인하키로 했다.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종목별 주식 보유액은 15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한차례 하향했는데, 내년에는 3억원으로 더 내리겠다는 것이다.
대주주로 지정되면 최대 33%(22~33%·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하기에 수억원 이하의 자금으로 주식을 거래해 온 동학개미에겐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또 대주주 요건에는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조·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해서 개별 종목 주식이 3억원을 넘으면 대주주가 된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요건 하향이 강행되면 개인의 대규모 매도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세 기준일은 내년 4월 1일이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은 전년 12월 말이라 대주주가 되지 않으려면 연내 주식을 처분해야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해당 요건이 크게 하향되기 직전 해 연말에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 패턴이 확인된다”며 “특히 이번에는 하향 조정폭이 크고 올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의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장의 개인 수급 영향력이 커진 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일부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며 “올해는 개인의 시장 방어 역할이 컸던 만큼 개인 수급이 흔들린다면 연말 대외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까지 코스피시장의 경우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법상 ‘대주주’가 됐지만 이 기준은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점점 낮아졌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마다 12월 주주명부 폐쇄일 이전에 투매를 했다가 폐장하기 전날 또는 이듬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반복해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동학개미들의 주식 유입 강도를 감안할 때, 7~10조원까지도 매도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학개미는 올해 코스피에서 45조원, 코스닥 13조원 등 총 58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통상 연말께 3~5조원 수준의 매도 물량이 발생해왔지만 이번에는 이 물량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집회를 마련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연일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5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주주 요건 하향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비판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신규 대주주 예정자들과 주가 하락을 예상한 일반 개인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며 “쏟아지는 매물로 인한 주가하락의 피해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주주 요건 하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드시 대주주 자격 완화가 유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앞서 열린 세종시 집회를 거론하며 “저도 작년부터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최근엔 집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도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큰 틀에서 보자면 부동산에 쏠려 있는 부동자금을 어떻게 하면 자본시장으로 옮겨올 수 있을지, 가장 저평가됐다고 평가 받는 한국의 증권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에 흘러가는 자금과 기업자금수요에 도움이 되는 주식투자자금은 함께 취급하면 안된다”며 대주주 요건 하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재산이 생산적이 곳에 흘러들어 가게끔 설계를 잘해야 하는 책임이 국회와 행정부에 있으며 대주주자격 완화가 유예되도록 하겠다”는 김병욱 의원 발언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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