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장관 “감사 재심청구 검토 단계···당혹”정치논란에는 불똥튈까···말 아끼는 직원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정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참고자료 송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범죄 혐의가 명확할 때 취해지는 ‘고발’이나 ‘수사 요청’과 달리, 혐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수사를 통해 범죄 유무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내려진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내면서 “일부 산업부 직원이 감사 전 심야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0쪽 분량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와 비교하기 어려운 증거관계와 법리 검토가 이뤄진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 본사 등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 자료들을 추리는 중으로 전해졌다.
정부세종청사 내 산업부에서는 에너지혁신정책관실과 기획조정실, 대변인실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관련자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 사실이 감사원에서 확인된 이상, 이를 염두해 지난 2017~2018년 관련 문서와 파일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관련 국·과장들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예상은 했으나 이날 대규모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정부세종청사를 관할하고 있는 대전지검이 진행하는데, 이 곳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으로 불리는 이두봉 검사장이 지검장으로 있다. 100명 이상의 수사 인력이 압수수색에 파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산업부는 비교적 차분해진 분위기이지만 수사 대상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은 여전히 크다. 감사원은 산업부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 관련 자료 삭제 등으로 감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구,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송부했기 때문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매우 당혹스럽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성 장관은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감사원) 감사 결과의 세부 쟁점에 대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심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데, 검찰 수사가 이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돼 놀랐다는 뜻이다.
성 장관은 '감사원의 고발이 없는 상황에서 야당의 고발만으로 검찰이 정책적 사안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검찰의 행위가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자, "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그는 “산업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설명했듯이, 해당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해 검찰에 적극 설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애써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놓고 수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압수수색에 대해서 정부 내에선 입장을 낸다는 게 옳지는 않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