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업인의 사회적책임 강조···SK는 말 아껴구자열, 총수 임기내 경제단체장 적임자 평가박용만 내년 3월 임기 만료···내달 상의 회장단 논의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회장은 주로 기업 오너 일가 일원이 맡았던 관례가 있다. 이에 재계에선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펼치는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 쪽으로 차기 회장 추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대한상의는 12월 중 상의 회장단 회의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어서 아직 누가 될지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는 대한상의 회장 자리가 SK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최 회장의 수락 가능성이 낮을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SK는 고 최종현 회장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4대 그룹으로 보면 이병철(삼성)·정주영(현대)·구자경(LG) 전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거쳐갔고 대한상의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재계에서 최태원 회장이 관심 있게 거론되는 배경은 박용만 회장이 차기 회장을 물색하면서 직접 제안을 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돌았다. 최태원 회장이 세대교체가 진행된 4대 그룹만 놓고 보면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최 회장은 재계 어르신이 많아 대한상의를 이끄는 회장 자리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한상의 역대 회장을 보면 4대 그룹에서는 단 한 명도 회장을 지내지 않았다. 2013년부터 맡은 박용만 회장 이전에는 손경식 CJ 회장이 2005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4연임(18~21대)했다. 그 이전에는 박용성 전 두산 회장, 김상하 전 삼양사 회장, 정수창 전 동양맥주 사장이 지난 40년 사이 대한상의 수장을 맡았다.
SK그룹은 재계에서 처음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차기 회장 추대 움직임이 나온 2개월 전과 지금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이 차기 회장에 관심이 많다는 의사를 드러낸 적도 없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태원 회장이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음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장 왕성하게 외부 활동을 펼치고 있어 재계 바깥에선 최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 다음 회장은 누군가는 뽑아야 하는 자리인데, 최태원 회장이 재계 리더 역할을 하고 있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말들이 계속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의지를 천명하면서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쏟아냈기 때문에 대한상의 차기 회장을 맡을 수 있다는 시선도 많아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경북 안동에서 열린 ‘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도 크다”면서 “기업인으로서 큰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을 놓고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대한상의 차기 회장에 구자열 LS 회장도 물망에 올랐다. 1953년생으로 최태원 회장보다 일곱 살 많은 구자열 회장은 LS 초대 회장이자 사촌형인 구자홍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그룹 총수로서 임기는 2~3년가량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LS 다음 총수 자리는 사촌 동생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으로 승계될 예정이어서 남은 임기 내 경제단체 회장을 맡을 기회가 오면 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구자열 회장은 전경련 위원장단 활동을 하고 있고, 대통령 소속 국가재산지식위원회 위원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을 각각 맡는 등 경제계 활동에 관심 또한 많다.
범LG가 LS그룹은 그동안 역대 회장들이 경제단체 회장을 지내진 않았다. 구자열 회장의 부친인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은 한미협회장을 맡은 적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직에 있을 때 쓴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LS 총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지 않겠냐”며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되면 LS그룹의 위상과 인지도 등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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