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본부 대표이사 직속으로···IB도 강화신창재 회장 ‘디지털 대전환’에 발맞춘 행보증권가 “박봉권 대표 역량 발휘 시험대 올라”
교보증권이 디지털혁신본부를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교보증권의 이번 조직개편은 ‘디지털 전환’을 줄곧 강조해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강한 의지에 발맞춘 행보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따른 디지털 혁신 추진 강화를 위해 디지털혁신본부를 대표이사 직속 본부로 두기로 했다. 지원조직은 기능 중심의 역할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경영기획본부는 경영기획실로, 경영지원부문은 경영지원실 등으로 각각 실 체계로 개편했다.
또한, 영업조직은 기능별 통합과 자산운용 부분 강화 등을 통한 영업 활성화 제고를 목적으로 Sales&Trading본부를 Sales&Trading부문으로 확대했다. IB부문과 구조화투자금융부문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IB부문으로 통합됐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디지털혁신본부의 대표이사 직속 편제다. 그간 교보증권 디지털혁신본부는 경영기획실 산하 조직으로 운영돼왔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WM) 부문 총괄을 맡고 있는 박봉권 대표이사 직속으로 팀이 재편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 전반에서 언택트(Untact·비대면)로의 전환이 트렌드로 자리 잡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올해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가 늘면서 WM 부문과 디지털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보증권의 경우 기존에도 디지털혁신본부를 두고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다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2%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신창재 회장은 교보생명을 통해 교보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앞서 교보생명도 지난 14일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Digital Transformation)지원실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로 회사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것을 넘어 조직 전반을 변화시키는 포괄적 개념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신사업 모델부터 업무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방식, 기업 문화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 역시 ‘생존을 넘어 디지털 교보로 가자’다.
또한, 신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양손잡이 경영’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업권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사업 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한 손으로는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이러한 뜻을 반영해 교보생명은 확대 개편된 DT지원실을 통해 고객가치 극대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하게 된다.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여러 팀이 함께 신설됐다. DT추진팀이 신설돼 전사적 디지털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산하에 디지털혁신지원파트도 꾸려졌다.
디지털신사업팀은 오픈이노베이션팀으로 명칭을 변경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도록 했다. 아울러 플랫폼사업화추진 태스크포스(TF)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교보증권도 박봉권 대표의 지휘 아래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관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디지털혁신본부’라는 주요 조직을 산하에 두게 된 만큼 박 대표의 역량을 발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보증권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박봉권 전 교보생명 부사장을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창립 이래 첫 각자 대표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08년부터 약 12년간 홀로 회사를 이끌어온 김해준 대표가 투자금융(IB)부문을, 박 대표는 자산관리(WM)부문을 전담해 경영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교보증권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분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2분기 예년 수준 실적을 회복한 데 이어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 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935억원, 순이익 745억원을 기록해 연간 목표 순이익(800억원)의 90% 이상을 달성했다.
한편, 최근 교보증권은 꾸준한 사업 다각화와 유상증자 이후 자본 적정성 개선, 신사업 진출 등에 힘입어 신용등급이 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상향되는 호재를 맞았다.
교보증권의 신용등급 주요 상향 요인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이익창출력 개선, 리스크관리 강화, 유상증자로 인한 자본 적정성 개선, 교보생명의 지원 가능성이다. 특히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 부문의 영업력 확대로 인한 사업 다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중소형사 중에서 사업 다각화가 잘 돼 있어 올해 불확실한 영업 환경에서도 이익이 유지되는 장점을 고려했다”며 “유상증자 이후 영업 여력이 늘어난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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