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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충당금 적립 희비···약관 한 줄에 웃은 농협생명

즉시연금 충당금 적립 희비···약관 한 줄에 웃은 농협생명

등록 2021.02.17 08:09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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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생명, 2020년 순익 612억···전년比 53%↑지난해 9월 소송 승소로 충당금 적립 안 해충당금 적립 보험사는 당기순이익에 영향미래에셋생명 순익 감소·KB생명 적자전환

생명보험사 당기순손익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생명보험사 당기순손익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경영성적표를 받아 든 생명보험사들의 희비가 소비자 분쟁이 한창인 즉시연금 약관 한 줄 때문에 엇갈렸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던 NH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소송에서 패소했거나 선고를 앞둔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충당금을 쌓으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16일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0년 당기순이익은 612억원으로 전년 401억원에 비해 211억원(52.6%)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1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농협생명은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가치 중심 영업으로 위험률차 손익이, 경영 위기에 대응한 관리성 비용 절감으로 사업비차 손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이 같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9월 즉시연금 가입자가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소송 결과에는 사업비 차감에 따라 가입 후 5년간 연금을 적게 지급한다고 명시한 약관 내용이 반영됐다.

농협생명 즉시연금 약관에는 ‘보장 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 해당일부터 연금 지급 개시 시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 다만, 가입 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의 가입설계서와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연금 지급 형태별 연금액 예시표, 해지환급금 예시표,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기재문구로써 피고(농협생명)의 연금월액 지급 방법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해당 계약자는 항소하지 않았고 관련 민원도 추가로 제기되지 않아 농협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

만약 농협생명이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충당금 적립으로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농협생명과 달리 소송에서 패소했거나 선고를 앞둔 다른 생보사들은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77억원으로 전년 1095억원에 비해 318억원(29%) 감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당기순이익 감소에는 비대면 영업환경 구축에 따른 사업비 증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익증권 평가이익 감소와 함께 즉시연금 충당금 적립이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1월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을 통해 제기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구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해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권고했으나 미래에셋생명은 거부했다.

KB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손익은 232억원 손실로 전년 160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KB생명 역시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의 선고를 앞두고 충당금을 적립했다.

KB생명 관계자는 “즉시연금 관련 충당금 적립과 합의퇴직 특별퇴직금 지급, 수익증권 손상 인식 등으로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으로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축소됐다.

한화생명은 587억원에서 2427억원으로 1841억원(313.7%), 동양생명은 1123억원에서 1286억원으로 163억원(14.5%)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고, 한화생명은 오는 3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동양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동일한 소송에 연루된 다른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동양생명과 동일하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

삼성생명은 3월 10일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금소연을 통해 제기한 공동소송의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4300억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각각 850억원(2만5000건), 700억원(1만5000건)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약관 내용이 다른 농협생명의 승소 사례를 들어 충당금 적립을 미루고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경영실적 발표회 당시 재경팀장이었던 이경복 전무는 “지난 9월에는 농협생명이 승소한 사례가 있는 등 하급심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소송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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